[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지난 30년 간 동북아시아서 강대국 관계는 많은 변화를 경험했다. 냉전 시대에는 미 소 양국이 대립했고, 1992년 옛 소련이 붕괴한 이후에는 미국이 단일 패권국이 됐다. 2000년대 들어서는 중국이 급부상하자 미국은 2011년 아시아회귀 정책을 발표하면서 견제를 강화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미국 경제가 침체하면서 중국은 미국이 쇠퇴하는 국가로 규정하고 군사력 증강에 나섰다. 예상과 달리 미국 경제가 성장하면서 대규모 지출삭감에 따른 군비축소로 주춤하던 미군도 신규 장비 도입을 지속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미국의 외교정책이 아시아태평양 중심정책, 재균형 정책으로 선회한 이후 정책의 핵심이 다양한 외교 수단이 아니라 해군력을 위시한 미군이 됨으로써 자칫 중국군과 충돌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예산 삭감해도 무기 사는 미군=미국 경제는 지금 일어서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서기 전 터진 금융위기로 오바마 정부가 들어선 2009년 미국 경제성장률은 -2.4%를 기록했다.
이후 미국 경제는 금리인하와 채권매입을 통해 돈을 푸는 양적완화 덕분에 살아나기 시작했다. 2010년 2.5%, 2011년 1.6%, 2012년 2.3%, 2013년 2.2%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올해는 3%대의 성장을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경제성장에 따른 세수회복과 지출삭감으로 오바마 행정부를 괴롭힌 재정적자도 줄었다. 2009년 1조4127억달러까지 불어났던 연방 재정적자 규모는 지난해 6795억달러로 반 이하로 줄었고 올해는 4920억달러,내년에는 4690억달러로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있다.
미국 의회는 연방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2011년 8월 예산관리법을 의결하고 2021년까지 10년간 지출을 자동삭감하기로 했다. 총삭감 규모는 1조1000억달러로 추산됐다. 특히 국방비는 삭감이전에 비해 10~8.5% 줄어든 4540억달러로 낮아질 것으로 추산됐다.
예산 삭감으로 미군이 무기를 사들이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면 착각이다. 연구개발을 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면 더 큰 착각이다. 돈이 없어 일본을 내세워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막는다고 생각한다면 이 또한 대단한 착각이 아닐 수 없다. 미 해군은 현재의 전력만으로도 중국이나 러시아 해군을 충분히 궤멸시킬 만하다. 최대 60척의 함정으로 구성된 미해군태평양함대는 7함대 소속 함정 중 18척을 일본과 괌에 배치해놓고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 니미츠급 항모 조지워싱턴함은 요코스카항에, 와스프급 강습상륙함(LHD) 에섹스 함은 사세보항에 배치돼 있다.
그런데도 미 해군은 지금도 끊임없이 연구개발하고 필요한 함정 확보를 계획대로 추진하고 있다.
◆유무인기 항모 통합 운용 시험한 美해군=미군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니미츠급 초대형 항공모함에서 유인 전투기와 무인 전투기를 동시에 운용하는 시험을 하고 있다. 미군은 이미 육상 기지에서 이착륙하는 무인기를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에서 정찰과 감시, 정보수집과 공격 등에 충분히 활용했다. 이제는 항공모함에서 이착륙하도록 함으로써 무인기의 작전 범위를 전세계로 확대하겠다는 속내를 감추지 않고 있다.
미 해군은 지난 18일 대서양에서 항모 루즈벨트에서 무인전투기 X-47B와 F/A-18E수퍼호넷 전투기 통합 훈련을 실시했다. X-47B가 먼저 이착륙하고 다음으로 F-18 전투기기 이착륙하는 순으로 시험이 이뤄졌다. X-47B는 날개 너비가 62피트로 F-18보다 12피트나 더 크다. 이륙과 하강, 항모 뒤로 선회, 착륙, 날개 접기 등의 시험을 성공리에 마쳤다.
◆항공 능력 강화한 강습상륙함 도입=미군은 항공모함 확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만재배수량 10만t이상인 니미츠급 항공모함은 10척 뿐이다. 여기에 차기 항모 제럴드 포드함을 진수하고 존 에프 케네디함을 건조하고 있다. 러시아의 군사전문지는 제럴드 포드함 1척을 격침시키려면 중국 해군력의 40%를 희생해야 한다는 추측을 내놓았을 만큼 막강한 전투력을 자랑하는 함정이다.
이 뿐이 아니다. 공기부양정(LCAC) 3척과 헬기,수직이착륙기를 탑재하고 해병대원을 탑승시키는 와스프급 강습상륙함(LHD) 8척과 타와라급 LHD 1척 등 9척을 보유하고 있다. 상륙 능력은 가히 가공할 만하다.
와스프급은 길이 257m,너비 32m,만재배수량 4만1000t이다. 상륙용 고속 공기부양정 LCAC 3척을 싣지만 준준형 항공모함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프랑스의 핵추진 항공모함이 4만2000t인 점을 감안해 와스프급을 항모로 분류한다면 미국의 항모는 모두 19척으로 늘어난다.
평소 단거리 수직 이착륙하는 해리어 2기 6대, 수퍼 코프라 공격용 헬기 AH-1W 4대, 수송헬기 CH-46 시나이트 12대, 대형 수송헬기 CH-53 시스탤리온 3대,UH-1H 휴이 헬기 3대 등을 탑재한다. CH-46만 탑재할 경우 42대를 실을 수 있다. 필요한 경우 해리어 20기를 탑재하기도 한다.
여기에 1870명의 해병대원이 탑승한다. 수술실도 6개고 병상이 600개인 병원시설도 갖추고 있다.
미 해군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아메리카급 강습상륙함(LHA)을 새로 도입하고 있다. 최근 아메리카급 1번함 ‘아메리카’함을 인수했고 자매함인 ‘트리폴리’함은 건조중이다. LCAC를 위한 웰독(well dock)을 없애고 병원시설도 줄였다. 대신 비행기 격납고와 정비시설을 위한 공간을 늘렸다. 수직이착륙기와 헬기 운용에 중점을 둔, 강습상륙함을 빙자한 항모가 아닐 수 없다.
아메리카함은 미군의 스텔스 전투기 F-35B와 틸트로터기 V-22를 운용하는 데 F-35B만 운용할 경우 최대 20대를 운용할 수 있다. 만재배수량이 4만5000t이나 된다.
동중국해 댜오위다오(센카쿠 열도)에서 점령과 탈환 전쟁이 벌어질 경우 미국은 동맹국인 일본 지원군 지원에 나설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기에 충분한 함정들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버지니아급 핵잠수함 한번에 10척 발주=미군은 비대칭 전력이라고 할 수 있는 핵잠수함 확보를 계획대로 하고 있다. 언제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는 미군 핵잠수함은 중국 군에 가장 치명적인 위협요소가 아닐 수 없다.
미 해군은 지난 4월 말 176억달러에 버지니아급 핵잠수함(블록4) 10척을 건조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헌팅턴 잉갈스와 제너럴 다이내믹스는 10년 동안 각 1척씩을 건조해 마지막 함정을 2023년에 미 해군에 인도하기로 했다. 1번함 건조비용은 이미 2014년도 예산에 반영됐다.
미군의 핵잠수함 증강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연안전투함(LCS)을 당초 계획보다 20척 줄인 32척만 건조하기로 한 것과 분명한 대조를 이룬다.
미 해군은 핵 잠수함을 당초 대함전으로 개발했지만 지금은 대잠전(ASW)과 정찰과 육지공격, 특수작전부대(SOF) 역할 등으로 작전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를 위해 미 해군은 현재 건조중인 것을 포함해 2023년까지 총 17척의 신규 핵잠수함을 도입할 계획이다.
미 해군은 현재 10척의 버지니아급을 실전배치하고 블록3형 8척을 건조하고 있거나 발주해놓고 있다.블록3형 건조에 필요한 자금은 2009년부터 2013회계연도 사이에 모두 승인을 받아 아무리 국방비 삭감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블록4형은 올해부터 2018회계연도까지 예산승인을 받을 예정이다.
블록3형 버지니아급 1번함이자나 11번째인 노스다코타함이 이달 초 해상시험에 들어갔다고 존 워너함은 건조중이다. 블록3형은 12개의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발사관을 없애고 토마호크 미사일 뿐 아니라 다른 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2개의 대형 버니지아 무기 발사관(VPT)로 바꾼 게 특징이다.
블록4형은 VPT를 4개 더 추가한다.
길이 115m, 수중배수량 7800t, 수중 최대 속도는 34노트다. 하푼 미사일도 운용한다.
중국은 이와 비슷한 길이 110m,배수량 6000~7000t에 24발의 순항미사일 등을 탑재하는 샹급(093형) 핵잠수함을 2척 실전배치하고 추가 건조하고 있지만 핵잠수함 증강속도에서는 미국을 따라잡기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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