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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고흐와 프란치스코와 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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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고흐와 프란치스코와 세월호 이명재 사회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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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 인간의 몸을 하고 내려온 천사들이 있다고 한다면 그 중엔 분명 화가 반 고흐가 있을 것이다. 고흐를 소재로 한 뮤지컬이 공연 중인 회사 옆 극장 벽에 내걸린 그의 그림 '별이 빛나는 밤'을 보면서 나는 지독한 외로움과 가난 속에서 살다 간 이 순결한 영혼의 천사가 삶의 마지막을 앞두고 자신의 온 정열을 다해 토해낸 비원을 듣는다. 밤하늘을 밝히는 별처럼 세상의 가련한 이들을 비추는 빛을 갈구했으며 스스로 한 줄기 빛이 되고자 했던 이의 오열을 듣는다. 그 천사의 오열이 보는 이의 마음 속으로 들어와 슬픔으로 번지고 그 슬픔으로 우리의 영혼은 조금은 정화된다.


천상에서 내려오는 빛을 찾듯 고흐는 지상에서 올라오는 빛을 찾았다. 그건 바로 아기들이었다. 그에게 요람에 누워 있는 아기들은 '하느님이 우리의 보살핌이 필요한 연약한 모습으로 내려온 것(클리프 에드워즈)'이었다. 아기를 보살피는 것은 곧 하느님을 보살피는 것이었다.

"하느님을 느낄 수 있는 무언가를 원한다면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다. 나는 아침에 잠에서 깬 어린 아기의 눈망울에서 바다보다 더 깊고 무한하며 영원한 것을 볼 수 있다(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서)."


고흐처럼 아이들에 대한 지극한 사랑을 가진 이가 한국엘 왔다 갔다. 그가 우리에게 보여준 아이들에 대한 사랑은 곧 낮은 이, 연약한 이들에 대한 것이었다. 그는 어린이를 사랑하는 것이 낮은 이를 높이는 것이며 그것이 곧 모든 이를 높이는 것임을 보여줬다. 연약한 이를 돌보는 것이 모든 이를 돌보는 것이라는 걸 보여줌으로써, 스스로 '하느님의 종들의 종'이 됨으로써 오히려 지상 교권의 최고 권위를 얻는 그 역설을 보여줬다. 그리고 그가 우리에게 선물한 것은 그 자신의 선함만이 아니라 다른 이들을 또한 선하게 해 준 것이었다. 시복미사가 열렸던 16일, 광화문 광장 옆 능소화 나무 아래에서 능소화 꽃처럼 붉은 제의를 입고 미사를 집전하는 교황을 보러 모여든 사람들을 보면서, 새벽부터 나와 뙤약볕 아래서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왠지 모를 눈물이 솟구치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교황이 아니라 연약하고 작은 이를 아끼는 이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보았다. 내가 봤던 것은 사람들이 본래의 선한 마음을 함께 깨우는 진정한 '부흥회'였다.

그 부흥회는 우선 종교의 소명을 생각게 했다. 종교 아닌 종교가 된 이 시대 종교의 역할과 권능을 일깨워줬다. 그리고 또한 거기에 정치의 본질이 있음을 깨우쳐 줬다. 그 연민과 긍휼이 설령 정치의 모든 것은 아닐 수 있지만 정치의 뿌리이며 출발임을 보여줬다. 그 날의 미사는 성과 속이 만나는 자리였으며 종교와 정치가 만나는 순간이었다.


고흐와 프란치스코가 우리에게 얘기하는 것처럼 아이들의 죽음은 하느님의 죽음이다. 더욱이 어른들의 잘못으로 인한 아이들의 죽음, 어른들의 보살핌을 받아야 했던 아이들의 죽음은 한 사회 자체의 죽음이다. 그럼에도 어린 학생들의 죽음을, 그리고 지금도 저 차가운 바다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일곱 살 어린 아이의 원혼을 잊어버리자고 하는 이들이 있다. 그럼으로써 그 아이들을 두 번 죽이려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역사가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것은 규명되지 않은 과거는 끊임없이 그 사회에 '청구서'를 내민다는 것이다. 과거를 부당하게 봉인하려는 것은 오히려 과거를 영원한 현재로 만든다는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또는 교종)이 국민을 위해 일한다고 하는 사람들 앞에서 온화한 표정으로, 그러나 엄하게 말했지 않는가. "평화는 정의의 결과"라고. 아이들의 죽음의 원혼을 푸는 것, 그것이 정의의 출발이다. 그 정의가 이뤄져야 비로소 우리 사회의 진정한 평화가 올 것이다. 그래야 우리는 지상에서 저 밑으로 떨어지지 않고 조금은 위로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이명재 사회문화부장 prome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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