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대출 촉진 위한 TLTRO 시행…1차 2500억유로 풀릴 듯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의 장기 불황을 둘러싼 우려가 커진 가운데 유럽중앙은행(ECB)에서 시행할 새로운 대출 프로그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영국 경제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ECB의 '목표물 장기 대출 프로그램(TLTRO)'이 유로존의 막힌 민간 돈줄을 풀지 기대된다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TLTRO는 지난 6월 ECB가 금리인하와 함께 발표한 경기부양책이다. 목표는 유로존 은행들의 민간 대출 촉진이다. ECB는 기존 대출 정책인 LTRO로 2011년 말부터 1조유로(약 1365조원)를 살포했다. 그러나 푼 자금이 기업·가계로 충분히 흘러 들어가지 않았다.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에 따르면 2009년 이후 유럽 은행권의 기업 대출은 5610억유로나 줄었다. 특히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이 더 감소했다.
TLTRO는 ECB가 저금리로 돈을 풀되 민간 기업·가계 등 정해진 '표적'에만 빌려주도록 제한하겠다는 프로그램이다.
유로존 은행들은 그 동안 ECB에서 빌린 돈을 민간에 적게 빌려주는 대신 '캐리 트레이드' 같은 고금리 투자로 수익성을 강화해왔다. TLTRO는 은행들의 이런 자금 운용을 제한하기로 결정했다. 대출 만기가 4년이지만 민간 대출 등 ECB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은행은 일찍 상환해야 한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TLTRO를 통해 1차로 다음달 살포될 자금이 2500억유로(341조4275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은 유럽 주변국 은행들로 흘러 들어갈 듯하다.
모건스탠리의 휴 반 스티니스 애널리스트는 "주변국 은행들은 할당할 수 있는 모든 차입 여력을 TLTRO에 사용할 것"이라면서 "대출 효과가 실물경제까지 확산될 수 있을 것"고 말했다.
그 동안 은행들이 LTRO로 빌린 돈을 잇따라 상환하면서 유로존의 유동성 위기와 유로화 강세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현재 회원국 은행들의 미상환 대출금은 3890억유로로 총 대출금의 33% 정도가 남아 있다. 하지만 ECB가 다시 대규모로 돈을 풀면서 이런 걱정은 줄 듯하다.
ECB는 TLTRO 등 추가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통해 장기적으로 총 8500억유로나 풀 계획이다. ECB가 돈 풀기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경기부양 의지가 강하다는 뜻이다.
유로존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0.4%로 5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독일의 2년물 국채금리가 최근 -0.013%까지 내려가는 등 유로존 곳곳에 일본식 장기 불황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상황이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