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기상청이 다목적 기상항공기 도입사업을 추진하면서 자격조건에 미달하는 항공기를 도입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를 통해 드러났다.
감사원이 13일 공개한 '기상청 기관운영감사'에 따르면 기상청은 기상관측장비 일괄 장착이 가능한 20인승 항공기를 도입하겠다며 입찰공고를 냈으나 실제로는 기상관측장비 일괄 장착이 불가능한 13인승 항공기를 낙찰해 160억여원 규모의 도입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확인됐다.
기상청은 2010년부터 관측공백지역의 위험기상을 조기에 탐지하고 기상조절 능력을 배양할 목적으로 다목적 기상항공기 도입을 추진했다. 기상청의 도입 계획에 따르면 다목적 항공기는 태풍·집중호우·대설·황사·방사능물질 확산 등 위험기상을 조기 탐지하고, 기후 변화를 감시하는 목적을 충족하기 위해 최대 적재하중 4300lb 이상 탑승 규모 20인승 이상 항공기 도입을 결정했다. 기상청의 도입안에 따르면 항공기 좌석 수, 체공시간 등은 필수항목으로 선정되어 필수항목에 미달하는 항공기는 0점으로 처리하도록 했다.
하지만 입찰제안서 평가 당시 평가위원들이 자의적으로 평가항목을 평가해 부적격으로 판정되었어야 적격으로 판정했음에도 이 같은 판정이 적합한지에 대해 기상청 관계자들은 확인을 태만히 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일부 업체들의 경우 사업 예산에 비하여 과도한 규격 때문에 입찰을 포기했는데 평가기준에 미달되는 13인승 항공기가 낙찰되어 계약을 체결한 것을 두고서 민원을 제기한 점 등을 들어, 결과적으로 기상청이 다른 입찰희망자로 하여금 입찰을 포기하도록 하고 특정 업체가 수혜를 받도록 한 것을 명백한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기상청은 낙찰된 항공기가 기상업무 수행하는 데 큰 문제가 있는 항공기가 아니라고 설명하지만, 감사원은 계약이 체결된 항공기에는 방사능 측정 장비와 구름레이더를 일괄 장착할 수 없어 방사능 탐지 및 대기 중 구름의 수직분포 관측 등의 기상임무를 수행하는데 지장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감사원은 항공기 도입 관계자들에 대해 징계처분을 요구했다.
또한 감사원은 기상청이 2018년까지 교체하려는 기상레이더(10개소, 314억원)는 국토교통부가 신규 설치중인 강우레이더(12개소, 1,470억 원)는 와 성능과 관측범위가 유사한 만큼 레이더망의 중복구축으로 예산의 비효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다며 유사 중복되는 조직과 인력을 통합 운용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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