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러시아가 국제적십자사와 공조해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 인도주의 지원단을 파견할 것이라고 11일(현지시간) 밝혔다. 그러나 미국·유럽연합(EU) 등 서방은 러시아가 이를 빌미로 자국 군대를 우크라이나에 투입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보내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크렘린궁 공보실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조제 마누엘 바호주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의 전화통화에서 "우크라이나 동남부 지역에서 진행 중인 정부군의 군사작전에 대한 주의를 촉구한다"면서 "이 지역에 서둘러 인도주의적 지원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인도주의 지원단 파견 문제에 대해 국제적십자사, 우크라이나 정부 등과 완전한 조율이 이루어졌는지, 파견 일정이 확정됐는지 등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앞서 연 기자회견에서 "서방이 지원단 파견 작업을 방해하지 않길 바란다"면서 "그들은 전기와 식수 공급이 재개되고 병원에 기본적인 약품이 공급되길 절실히 바라는 사람들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EU는 성명을 내고 바호주 위원장이 푸틴과 전화통화에서 "인도주의 지원을 포함한 어떤 명목 하에서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일방적 군사행동을 취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바호주 위원장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 군대를 집결시키고 러시아 영토로부터 우크라이나 반군 진영으로 무기와 장비, 군인들이 지속적으로 흘러들어 가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도 표시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역시 이날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정부의 공식 허가 없이 개입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러시아의 이같은 조치는 국제법을 위반하는 일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면서 대책을 논의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에 앞서 지난 9일 전화통화에서 러시아가 인도주의 지원 등을 핑계로 우크라이나 사태에 군사 개입하면 추가 제재에 나서기로 합의한 바 있다.
포로셴코 대통령은 같은 날 인도주의 지원단 수용 의사를 밝히면서도 "지원단은(러시아가 아닌) 국제사회가 보낸 지원단이어야 하며 군인이 포함돼선 안 된다"면서 "입국은 우크라이나군이 통제하는 국경검문소를 통해 이루어져야 하고 지원단의 안전확보 임무는 우크라이나군이 맡아야 한다"는 전제 조건을 내건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을 종합해볼 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및 국제사회와의 충분한 조율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인도주의 지원단 파견 계획을 발표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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