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지원사업과 관련해 정부 공무원과 부처 산하기관 연구원, 특정 업체들이 짝짜꿍이 돼 갖가지 비리를 저지른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은 어제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한국정보화진흥원(NIA) 연구원 2명과 모 IT업체 대표 등 3명을 정부출연금 횡령 및 뇌물 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이들의 뒤를 봐주는 대가로 검은돈을 챙긴 미래부 사무관과 서울시 주무관 등도 함께 기소했다.
연구원들의 비리 수법은 교묘했다. 한 연구원의 초등학교 동창 명의로 IT업체를 차린 뒤 NIA의 지원사업을 따낸 업체가 이 회사에 재하도급을 맡기도록 했다. 이렇게 해서 빼돌린 정부출연금이 12억1000만원이다. 하도급 조건으로 IT업체로부터 2억7000만원의 뇌물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IT 관련 협회를 세운 뒤 협회비 모금 방식으로 2009년부터 5년 동안 1억6000여만원의 뒷돈도 챙겼다.
비리 연구원 뒤에는 비리 공무원이 있었다. 미래부 사무관은 부처 발주사업을 NIA가 맡도록 해주겠다며 800여만원이 입금된 체크카드 두 장을 받았다. 서울시 주무관도 서울시 관련 NIA사업과 관련해 한 업체로부터 1000만원을 챙겼다. 앞서 4일에는 미래부 산하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연구원 3명이 사업 하청 대가로 업체들로부터 15억4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붙잡혔다. 연구개발(R&D)비를 고리로 공무원과 연구원, 업체의 먹이사슬이 만연하다는 방증이다.
정부출연금을 둘러싼 비리는 IT쪽만이 아니다. 2008년부터 5년간 적발된 정부 R&D 사업 비리가 189건에 이른다. 연구비를 늘릴 생각만 했지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때문이다. IT분야는 더욱 그렇다. 첨단 IT기술은 업체 선정에서 사후 평가까지 전문가들이 독점하는 구조다. 연구원들이 공무원과 결탁하면 비리를 적발하기 어렵다.
IT분야를 포함한 우리나라의 R&D 투자는 세계 최상위권이다. 올해도 지난해보다 4%가 늘어난 17조5500여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성과는 투자에 비해 만족스럽지 않다. 이번 사건에서 보듯 R&D에 쓰여야 할 돈이 엉뚱한 곳으로 새는 때문은 아닌가. 정부는 R&D 예산에 대해 어느 곳보다도 철저한 관리로 국가의 미래 경쟁력을 좀먹는 R&D비 관련 비리를 뿌리 뽑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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