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한국관광공사 새 감사에 방송인 자니 윤(본명 윤종승)씨를 임명했다. 윤씨는 2012년 대통령선거 때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대선 캠프에서 재외선거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인사를 놓고 낙하산 인사, 보은 인사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윤씨의 경력을 짚어보면 보은 인사 논란이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대선 캠프에 참여했다는 사실보다 전문성이 더 문제로 보인다. 그의 이력에서 '감사' 직무수행에 필요한 이력은 찾아볼 수 없다. 관광정책, 관광산업에 관한 경험이나 전문적 학식도 드러나지 않는다. 윤씨는 미국과 한국에서 오랫동안 방송 사회자 등으로 활동한 원로 연예인이다. 그런 윤씨가 감사에 임명되자 관광공사 노동조합은 '보은 인사의 끝판왕'이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정부가 아직도 공공기관 사장과 상임감사 자리를 정권의 전리품으로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낙하산 인사의 근절을 외치고, 공기업의 경영혁신을 몰아치는 과정에서 이 같은 낙하산 인사가 나왔다는 사실이 놀랍다. 관광공사는 지난해 기준 자산 1조3384억원에 매출 9034억원, 당기순이익 982억원을 올린 대형 공기업이다. 감사는 공기업 경영혁신의 파수꾼 역할을 해야 한다. 업무와 회계를 감사해 방만한 경영을 바로잡고 윤리경영이 이뤄지는지 감시하면서 내부를 엄격하게 통제해 나갈 수 있는 전문가여야 한다. 경험 있고 훈련된 감사가 있는 공기업에도 경영 누수와 비리가 비일비재한 게 현실이다.
관광공사에서는 지난 4월에도 사장 선임을 둘러싸고 보은 인사 논란이 빚어졌다. 윤씨와 마찬가지로 지난 대선 때 박근혜 후보 대선 캠프에 참여해 홍보 업무를 총괄했던 변추석 국민대 교수가 사장으로 임명됐기 때문이다. 당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야당 의원들은 "관광산업과 무관한 광고디자인 전문가의 사장 임명을 취소하라"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정부가 관광공사 수뇌부를 전문성 없는 대선 캠프 인사로 채우고 있는 것은 그만큼 관광산업을 가볍게 본다는 뜻이다. 그동안 내세웠던 문화융성, 관광대국, 서비스업 진흥의 깃발은 빛을 잃었다. 낙하산 인사 근절도 헛말이 됐다. 관광공사는 이제 '보은공사'로 불려도 할 말이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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