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이 올해 받은 봉급을 연말정산할 때 세금을 더 내게 되는가, 아닌가. 지난해 세제개편에 따른 봉급생활자의 근로소득세 추가부담 여부를 놓고 어제 시민단체와 정부가 공방을 벌였다. 한국납세자연맹은 지난해 세제개편 때 '연봉 5500만원 이하 근로소득자는 추가 세금부담이 없다'는 정부 설명은 엉터리라고 주장했다. 회원 1만여명의 연말정산 자료를 검증한 결과 연봉 3000만~4000만원 근로소득자는 1인당 평균 5만6642원, 총 893억원의 세금을 더 내게 된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8월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꾸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표했다가 봉급생활자들의 반발에 부닥치자 급수정했다. 연봉 5500만원 이하는 추가 부담이 없고 6000만원 이하 2만원, 7000만원 이하는 3만원 세금부담이 늘어난다고 밝혔다. 그러나 납세자연맹은 6000만원 이하 5만3755원, 7000만원 이하도 7만7769원의 세금부담이 증가한다고 주장했다. 잘못된 세수추계를 바탕으로 작성된 간이세액표에 따라 근소세를 원천징수하므로 내년 2월 연말정산 때 대다수 직장인들이 환급은커녕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것이다.
납세자연맹 주장대로라면 국회는 정부의 거짓 논리에 넘어가 세법개정안을 통과시킨 형국이다. 국회가 나서야 할 이유다. 조세 제도에 대한 신뢰가 걸려 있는 중차대한 문제다. 국회를 중심으로 정부와 학계,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세수추계 검증조사단을 꾸려서라도 진위를 가려야 할 것이다. 오류가 발견되면 올해 세법개정 때 바로잡아야 한다. 정부도 부양가족 여부나 공제내역에 따라 세금이 달라진다는 식의 애매한 해명에 머물러선 곤란하다. 세수추계 근거와 자료를 소상히 공개해야 한다.
정부와 납세자연맹 중 누구의 주장이 옳은지는 6개월여 뒤인 내년 2월 연말정산 때 밝혀진다. 서둘러 진위를 가려 간이세액표에 반영함으로써 직장인들이 연말정산 때 세금폭탄을 맞지 않도록 해야 한다. 최경환 경제팀의 정책 목표는 가계소득을 늘려 내수를 활성화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봉급생활자들이 알려진 것보다 세금을 더 내야 한다면 심리적으로 영향을 미쳐 가계소비를 위축시킬 수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입으로만 민생을 강조하기 이전에 이런 봉급생활자의 고충을 챙기는 것이 진정 민생을 살피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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