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자문위원회에 군 수뇌부 출신 포진, 인권 개선 노력에는 의문
-인권위 '뒷북 직권조사' 드러나며 각하·기각되는 진정사건에 대한 관심도 커져
[아시아경제 김재연 기자]윤 일병 사건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군 수뇌부 및 간부들의 무책임한 행태가 지적을 받고 있는 가운데 국가인권위원회가 군 장성들을 최고자문기구 위원으로 위촉한 것에 대해 비판이 일고 있다. 인권위가 군 당국의 말만 믿고 윤 일병 사건의 진정을 각하했다는 사실도 드러나면서 대부분 각하ㆍ기각되는 군 인권 진정사건에 대한 부실 조사 지적도 커지고 있다.
8일 국가인권위의 '정책자문위원 현황'에 따르면 정책자문위원 가운데 군 수뇌부 출신이 다수 포함돼 있다. 2007년에는 한 명도 없었던 군 수뇌부 출신 자문위원이 현재 4명으로 늘어나 있다.
2011년 김성일 전 공군본부 참모총장을 시작으로 2012년 김동신 전 국방부 장관을 자문위원으로 위촉했으며, 지난해부터는 육ㆍ해ㆍ공군ㆍ국방부 출신들이 각각 한명씩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정책자문위는 인권정책 전반에 대해 자문하는 최고 자문위원회다.
인권위는 늘어나는 군 인권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군 출신들을 자문위원으로 위촉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위촉된 군 관련 고위인사들은 군 인권 문제의 책임자 자리에 있었을 때 인권 개선을 위한 노력을 거의 기울이지 않았다는 지적을 샀던 이들이란 점에서 인권위의 이 같은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김 전 장관은 2001년부터 2002년까지 국방부 장관을 역임했지만 별다른 인권 개선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반면 이번 윤 일병 사건의 의혹을 푸는 데 큰 역할을 한 군인권센터를 비롯한 시민단체 출신들은 최고 자문위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군 수뇌부들이 자문위원에 있는 동안 군이 인권위 권고를 계속 묵살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한 의문을 낳고 있다. 2011년 군 장성 출신들이 자문위원에 위촉된 이래 인권위가 2012년, 2013년 각각 '군 인권법 제정', '군복무 부적응 병사 인권상황 개선' 등을 권고했지만, 군은 이를 번번이 묵살해왔다.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는 "군 출신이라고 해서 인권을 아는 게 아니며 오히려 가해자의 역할을 하고 인권침해를 옹호할 수 있다"며 "중요한 것은 군 출신이라기보다 군 내 인권문제에 어떤 기여를 했는가, 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권위가 윤 일병 사건 당시 현장 조사까지 하고도 진정을 각하한 것이 드러나면서 각하ㆍ기각되는 진정 사건 조사에 대한 논란도 커지고 있다. 2001년 11월 25일부터 올해 6월까지 인권위에 접수된 진정 1266건 가운데 각하되거나 기각된 진정은 1134건에 이른다. 인권위는 윤 일병 사망 사건에 대해서도 직권 조사를 결정할 수 있었던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가족들이 진정을 취하했다며 진정을 각하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진정 요건이 성립이 안되거나 진정인의 심경변화, 증거 불춘분 등 복합적인 이유로 각하나 기각 판결이 나온다"며 "조사가 부실해서 기각 및 각하가 많은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재연 기자 ukebid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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