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 과실치상 혐의 ‘무죄’ 취지 파기환송…“시술로 세균감염 됐다는 증거 없어”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한의원에서 침 시술 치료를 받은 당뇨병 환자가 발이 괴사되는 상해를 입었지만 한의사의 잘못으로 보기 어렵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이인복)는 한의사 김모씨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상 혐의 상고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받아들이지 않고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고 6일 밝혔다.
서울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는 김씨는 2008년 2월 당뇨병 치료를 받아오던 장모씨의 왼쪽 발 저림 증상 치료를 의뢰받고 5월까지 16회에 걸쳐 혈당수치를 측정하지 않은 채 침 시술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침 시술에 의한 2차 감염으로 장씨에게 왼쪽 발 괴사 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지만 2심은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당뇨족으로 인한 발 괴사 가능성에 유의해 침, 사혈 등 한방시술로 인한 세균감염 위험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필요한 경우 전문의로 하여금 치료하게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면서 김씨 책임을 인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판단이 달랐다. 대법원은 “대한한의사협회 사실조회 결과 등에 의하면 당뇨 병력이 있는 환자나 당뇨병성 족병변에 대해 침을 놓거나 사혈을 하는 것이 금지돼 있지 않다”면서 “피해자에게 침을 놓거나 사혈을 한 행위 자체만으로 어떠한 과실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침 등을 시술하는 과정에서 감염된 균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면서 “보편적인 한의사에게 요구되는 정도의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고 그로 인해 발 괴사 등의 상해가 발생했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원심은 공소사실에 대해 유죄로 판단했으나 법리를 오해해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면서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한다”고 판시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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