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수경 기자]연예인들의 병영 체험 프로그램인 MBC '일밤-진짜 사나이'가 잇따른 군 문제들로 비난 받고 있다. 군대의 모습을 너무 미화시킨다는 것이 그 이유다.
최근 육군 28사단 병사가 구타와 가혹 행위로 숨지면서 온국민의 공분을 사는 사건이 발생했다. 일명 '윤일병 사건'은 온라인 포털 사이트를 뒤덮을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자연스레 불똥은 '진짜 사나이'로 튀었다. 군대를 너무 재미있고 멋진 곳으로 그려낸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게다가 병영 생활을 희화화하기까지 하니 폐지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제작진은 윤일병 사건에 대한 안타까움을 전하며 "폐지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더욱 성실하고 책임감 있게 방송을 만들어나가겠다는 의지도 함께 전달했다.
실제로 '진짜 사나이'가 군대의 이미지를 많이 바꾼 것은 사실이다. 부모들도 조금은 마음 놓고 아이를 군대로 보낼 수 있게 됐고, 입대를 앞둔 청년들도 걱정보다 기대감을 드러내며 군 생활에 대한 긍정적 그림을 그렸다.
그러나 '윤일병 사건'에 앞서 '동부전선 GOP 총기난사 사건' 때도 '진짜 사나이'는 비난을 받은 바 있다. 문제가 발생했음에도 GOP편을 방영했고, 저격 장비를 받은 뒤 즐거워하는 헨리의 모습 등이 진지하지 못하다며 일부 시청자들은 일침을 가했다.
요즘 '진짜 사나이'에서 헨리는 큰 재미를 주고 있다. 외국인인데다 나이도 어려 군대 문화를 전혀 모르는 그가 서툰 한국말로 군생활에 적응해나가는 모습이 신선하면서도 웃음을 준다. 하지만 군대라는 진지한 공간에서 엉뚱하고 자유분방하게 대처하는 그의 모습이 현실과는 매우 동떨어져있는 건 사실이다.
최근 한 드라마 제작보고회에서 '진짜 사나이' 원년멤버 류수영은 "군대가 여러 가지 어패가 있는 공간이라는 것은 인지한 상태였다. 그러한 부분들을 우리가 좋은 면들을 보여주면서 순환을 시키자,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따라하게끔 만들어주자는 취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진짜 사나이'가 방영을 시작할 당시 좋은 취지로 제작된 프로그램인 것은 분명하다. 맏형 김수로나 서경석, 류수영, 손진영을 비롯해 장혁과 제국의 아이들 박형식, 샘 해밍턴 등 '진짜 사나이'에 출연했던 이들은 모두 진중한 자세로 훈련에 임했다.
한 출연자는 기자에게 "실제로 일주일간 부대에서 장병들과 똑같이 훈련을 받는 것이 너무 고생스러워 출연을 후회한 적도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다녀오고 난 뒤에는 뿌듯한 마음도 들고, 동료애가 깊어져 좋은 점들이 많다고 말했다.
군대를 다녀온 남성들의 말을 들어보면 군대에서 폭력과 폭언, 성고문 등 악질 범죄들은 아주 오래 전부터 발생해왔다. 뉴스를 통해 접할 수 있는 사건 외에도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사건·사고들이 매우 많다고 했다.
'진짜 사나이'는 군대에 대한 선입견을 깨고 부정적 면보다는 긍정적인 측면을 많이 보여주려고 노력해왔다. 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지나치게 재미에 편중된 전개나 군대를 희화화시키는 경우가 있었다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
안타까운 것은 부상을 당할 정도로 최선을 다해 훈련에 임하고 진심을 다해 방송에 임하는 몇몇 출연진들의 노력 마저 비난의 화살 속에 묻혀버리고 있다는 점이다. 김수로는 훈련을 받던 중 어깨 부상으로 하차 위기에 놓였지만 치료와 재활에 총력을 기울이며 맏형 자리를 지켜왔고, 샘 해밍턴 역시 훈련 도중 지병인 고혈압 때문에 구급차에 실려나가기도 했다.
현 시점에서 '진짜 사나이'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는 것에 대해 반기를 들 생각은 없다. 하지만 의미 있는 방송을 만들려던 제작진과 출연진의 취지와 노고만큼은 인정해줘야 하지 않을까.
유수경 기자 uu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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