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번홀서 공식대회 첫 홀인원, 시가 1100만원짜리 오메가시계 "부수입 짭짤"
[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비바람이 몰아치는 3일 충남 태안 골든베이골프장(파72ㆍ6631야드) 12번홀(파3).
허윤경(24)이 한화금융클래식(12억원) 최종 4라운드 경기 도중 티 샷한 공이 커다란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 그린에 안착하더니 3m를 굴러 그대로 홀로 빨려 들어갔다. 허윤경의 공식대회 첫 홀인원, 부상으로 시가 1100만원 상당의 명품 오메가시계를 챙겨 전리품도 짭짤했다. 0.008%의 확률에 불과하다는 이 홀인원은 또 허윤경을 3위(3오버파 291타)로 밀어 올리는 동력으로 작용했다.
국내 최대 상금 규모를 자랑하는 이 대회는 사실 '아주 특별한' 홀인원의 역사로도 유명하다. 2012년 서연정(19)의 '벤틀리사건'이 출발점이다. 17번홀(파3)에서 코브라 앰프 5번 아이언으로 홀인원을 작성했다. 무려 3억원에 육박하는 벤틀리 컨티넨탈 플라잉스퍼가 홀인원 상품으로 걸려 더욱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문제는 서연정이 아마추어 신분이었다는 점이다. KLPGA투어의 시상 규정에는 "아마추어에게는 특별상(각종 기록) 등 상금(상품)을 지급하지 않는다"로 명시돼 있다. 대한골프협회(KGA)는 그러나 공교롭게도 1월 아마추어 자격 규칙 3-2b에 '홀인원 시 현금을 포함해 규정 한도(100만원)를 초과한 상금을 받을 수 있다'고 규정을 변경했다. 해석에 혼선이 빚어진 셈이다.
주최 측인 한화금융이 "벤틀리를 지급하겠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해 논란은 KLPGA와의 공방전으로 확산됐다. KLPGA는 "규정이 변경됐어도 (KLPGA는) 프로가 우선이기 때문에 종전 규정을 고수한다"고 맞섰다. 사태는 결국 서연정 아버지가 "벤틀리를 받지 않겠다"고 양보해 일단락됐다. "아마추어라 처음부터 상금(상품)을 기대하지 않았다"며 "선수를 위해 더 이상의 논란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에는 김세영(21)이 17번홀(파3)의 홀인원으로 역전우승을 완성해 또 한편의 드라마를 연출했다. 선두 유소연(24)에게 3타 차로 뒤지던 상황에서 홀인원을 터뜨려 극적으로 1타 차로 따라붙었고, 압박감을 느낀 유소연은 18번홀(파5) 보기로 연장전을 허용한데 이어 연장 첫번째 홀에서 보기로 자멸했다. 김세영에게는 시가 1억5000만원 상당의 벤츠 SUV를 접수한데 이어 역전우승까지 일궈내는 엄청난 '잭팟'으로 직결됐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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