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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도(시장)vs24도(마트), 폭염 직격탄 맞은 재래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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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경기에 휴가철 겹쳐 손님 뚝…시원한 인근마트는 성업
-상인들 "더위 문제 해결위한 지원 절실하다

[아시아경제 김재연 기자] #1.장마가 끝난 뒤 서울 전역이 폭염에 몸살을 앓던 지난달 31일. 아케이드가 설치된 중구 황학동 중앙시장 안은 32도까지 치솟았다. 오전에 소나기가 온 뒤라 습도가 높아진 시장 안은 바람이 통하지 않아 더욱 더운 듯했다. 지나가는 행인 외에 손님들이 사라져 한산한 시장 안을 상인들은 졸거나 파리를 쫓으며 지키고 있었다. 기자임을 밝히고 졸고 있는 한 야채가게 상인에게 말을 걸자, 상인은 '장사 안 되는 거 안 보이냐'는 듯 손사래를 쳤다.


#2.같은 시각, 시장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는 이마트 청계천점. 지하 2층 신선코너에는 남녀노소 장을 보러오거나 휴가 물품을 사러온 시민들로 북적였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나는 시장과 달리 마트 안은 시원하다 못해 서늘하기까지 했다. 마트 안의 온도는 정부 적정온도(26~28도)보다 낮은 24도. 마트 안에서 만난 시민들은 날씨가 더워 시장을 더 안 가게 된다고 입을 모았다.

30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재래시장 상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햇빛이나 비를 피하기 위해 시장 내 아케이드를 설치하는 등 무더위 대책을 마련하긴 했지만 역부족이다. 대형 마트와 재래시장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휴가철이고 불경기이기도 하지만 시장이 더워 장사가 잘 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중앙시장에서 10년가량 고춧가루, 마늘 등을 팔아온 박정옥씨는 "요즘은 마트끼리도 경쟁이 붙어 물건을 싸게 파는 통에 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계속 줄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 한쪽에서 부채를 부치고 있던 상인 김모씨는 "환기도 안 되고 이렇게 더운데 사람들이 오겠느냐"며 "경기도 안 좋은데 날씨도 더워 사람들 발길이 뚝 끊겼다"고 말했다.


무더위가 계속되면서 생선 등 신선식품 관리에는 비상이 걸렸다. 한 생선가게 주인은 "하루에 얼음값으로 2만원 정도 쓰지만 장사는 전혀 안 돼 힘들다"고 말했다. 찜통더위 탓인지 얼음판 위에 있는 생선들도 싱싱해 보이지 않았다.


반면 이 시장 근처에 있는 대형 마트 안에는 손님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았다. 본격적으로 장을 보는 시간이 아닌 오후 3시30분께인데도 마트 안은 가족들과 함께 장을 보러 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마트로 피서 간다'는 말이 나올 만큼 마트 안이 시장보다 서늘하기 때문이다. 가족과 함께 장을 보러온 회사원 김길영(41)씨는 "재래시장보다 더 쾌적하기도 하고 주차가 안 되는 게 불편해 주로 마트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이렇듯 매년 여름철이면 재래시장에 시민들의 발길이 줄어들지만 관할 관청인 중소기업청과 지자체들은 예산 부족 때문에 더위 차단 시설 설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 아케이드 천장에서 수증기와 같은 물을 뿌려 온도를 2~3도가량 낮춰주는 '양무시스템'은 전국 재래시장 가운데 다섯 곳만 설치돼 있다. 홍보가 덜된 탓에 이런 시스템이 있는지 아는 재래시장 상인들도 많지 않은 상황이다.


서울에서 유일하게 양무시스템이 설치돼 있는 재래시장이 관할 내에 있는 관악구청의 관계자는 "예산이 부족한 데다 아직 화장실이나 주차장과 같은 기본시설도 설치돼 있지 않은 시장이 많아 더위관련 시설까지 신경쓰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재래시장 상인들은 대기업에 비해 자본력이 뒤져 각종 편의시설 설치가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촉구했다. 최순오 중앙시장상인회 회장(59)은 "차단막과 전기선 정리 등으로 시장 내 온도를 줄여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재래시장 환경 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설을 개선하기 이전에 시장의 자생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볼 때 시장 시설 현대화를 위해 들어가는 예산이 적은 게 아니다"며 "마트의 시설을 따라가기보다 특화된 상품 등으로 시민들의 발걸음을 끌기 위한 각 시장의 자구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재연 기자 ukebida@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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