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 및 임직원 2명도 함께 기소…빼낸 정보로 통계 만들어 다국적기업에 넘겨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약국 이용자들의 주민등록번호와 처방전에 담긴 정보 수억건을 무차별적으로 빼낸 약학정보원 전 원장과 임직원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이두봉)는 약국 처방전 정보를 불법으로 수집한 혐의(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 등)로 김모 약학정보원 전 원장(50)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9일 밝혔다.
처방전 정보를 빼내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범행에 활용한 임모 약학정보원 팀장(39)과 이를 지시한 엄모 전 이사(55)도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1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전국 9000여개 약국에서 총 7억4370만건에 달하는 처방전 관련 정보와 1억2632만건의 주민등록번호를 불법으로 수집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전 원장은 다국적회사인 한국IMS헬스가 약국 처방전 정보를 활용해 통계자료로 만들어 판매하라고 제안했다는 것을 엄씨로부터 전해듣고 해당 사업 추진을 지시했다. 이에 엄씨는 임씨에게 전국 약국에서 사용하는 약국경영관리 프로그램인 PM2000에 처방전 정보를 약학정보원으로 자동 전송하는 프로그램을 심을 것을 지시했다.
임씨는 2010년 1월부터 같은해 12월까지 개발팀 직원과 처방전에 기재된 주민등록번호와 처방 관련 정보 등을 약학정보원에 자동전송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주민번호 15자리를 알파벳 문자 형태로 암호화 해 전송받은 뒤 이를 풀 수 있는 별도의 프로그램도 개발해 범행에 활용했다. 이들은 해당 프로그램이 PM2000의 업데이트 버전인 것처럼 속인 뒤 전국 9000여개 약국에 다운받도록 해 엄청난 양의 처방전 정보를 수집했다.
검찰은 재단법인 약학정보원도 기소했지만, 처방전 정보로 통계자료를 만들도록 하고 이를 매입한 한국IMS헬스사는 불기소 처분했다. 한국IMS헬스사는 통계자료를 넘겨받는 대가로 1년에 3억원씩 3년간 총 9억원을 약학정보원에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관계자는 "한국IMS헬스사는 암호화된 주민번호를 받았고 암호해독 프로그램을 보유하거나 이에 접근한 사실이 없다"며 "식별 가능성 없는 정보를 매입한 행위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볼 수 없고, 약학정보원 측이 동의를 받아 수집한 정보라고 통보한 사실을 감안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약학정보원이 처방전 개인정보를 불법수집해 무단 유출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재단을 압수수색하고 관계자들을 상대로 수사를 벌여왔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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