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사체 둘러싼 음모론, 해명 자청한 국과수…사망 원인 밝혀내지 못한 채 믿어달라 호소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과학적으로 100% 유병언으로 확신한다.” - 7월24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완전한 의혹 해소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결과를 상세하게 말씀드린다.” - 7월25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브리핑
서중석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73) 변사체 의혹과 관련해 전면에 나서서 해명했다. 그는 국회 안행위 현안보고 자리에서 “여러 증거물이 법의학적으로 유 전 회장의 것과 동일하다”면서 “만약 이것이 틀리다면 유전자 검사는 폐기해야 한다. 틀릴 확률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변사체는 6월12일 전남 순천 ‘송치재 휴게소’ 인근에서 발견됐다. 경찰은 7월21일 밤 변사체의 주인공이 유 전 회장이라는 국과수 조사 결과를 받았다. 이러한 내용이 언론에 알려졌지만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보름 정도의 시간 동안 반백골화가 80% 진행된 모습도 의문이고 키가 커 보인다는 의견, 안경은 왜 보이지 않느냐는 의견 등 의혹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변사체 주인공은 유 전 회장이 아닐 것이라는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변사체를 둘러싼 의혹은 유 전 회장이 맞는지에 대한 근원적인 문제부터 실제로 5월25일 이후 사망한 게 맞는지, 사인은 무엇인지 등 풀어야 할 과제가 하나, 둘이 아니다.
과학적인 분석을 담당하는 국과수 원장이 “100% 유병언으로 확신한다”고 밝힌 것은 음모론 확산에 대한 우려에서 비롯된 발언으로 보인다. 문제는 국과수의 잘못된 대응이 음모론의 불씨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국과수는 기본적으로 검증 자료를 토대로 실험을 통해 결과물을 얻어낸다. 예를 들어 DNA 검사를 할 때 특정한 인물과 어느 정도 일치하는지를 결과물로 보여주는 식이다. “100% 확신한다”는 발표는 과학을 다루는 국과수 본연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 오히려 신앙의 영역에 가깝다.
실험은 기본적으로 오류 가능성이 있다. 표본 자체의 오류부터 실험 과정에서의 오류까지 그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100% 확신이라는 언급은 과학을 다루는 수장의 발언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자신감을 보이던 국과수는 정작 유 전 회장의 사인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규명하지 못했다. 국과수는 25일 조사결과 브리핑에서 “유병언은 맞지만 사망원인은 판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시신이 너무 많이 손상돼 사인을 밝히기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국과수 발표를 계기로 논란이 정리될 것으로 예상했던 이들도 있었지만, 의문은 고스란히 남았다. 국과수는 반백골화를 둘러싼 의문에 대해 미국 대학 실험 결과를 보여주면서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한영 국과수 법의학센터장은 “시신을 며칠 방치 한 후 열흘 만에 확인을 했을 때 구더기 증식에 의해서 거의 백골화가 되는 걸 보실 수 있다”면서 “이 경우는 유병언 씨보다 더 심할 정도로 백골화가 진행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럴듯한 설명처럼 보이지만 성급한 일반화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다. 미국 사례와 순천 사례는 구더기 증식의 시점, 구더기 종류, 시신이 방치된 당시의 환경, 기온 및 강수량 등 부패속도에 영향을 주는 변수가 일치하는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음모론 확산은 합리적인 판단을 위협한다는 지적도 존재하지만, 결과를 정해놓고 끼워 맞추기식 해명에 나서는 모습이 음모론을 부추기는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경찰은 물론 국과수도 그러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대목이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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