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재연 기자]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유 전 세모그룹 회장 시체에서 독극물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과수는 유 전 회장의 사인은 끝내 규명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서중석 국과수 원장은 이날 오전 10시 유전 회장 변사체 정밀 검사관련 브리핑을 열고 "시체에서 독극물 반응을 검사한 결과 모두 음성으로 나왔다"며 "사망 당시 음주했다거나 중독됐을 것이라는 증거를 채취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서 원장은 간과 폐에서 약·일반독극물·마악류·케톤체류등을 감정했으나 간과 폐에서 모두 음성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근육은 케톤체류의 경우에만 음성 반응을 보였으며 나머지는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 케톤체는 당뇨 질병 여부를 알 수 있는 지표다.
국과수는 시체 부패 정도가 심해 사인을 규명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한영 중앙법의학센터장은 "파리 등 곤충들로 인해 얼굴과 목의 연조직이 소실됐다"며 "때문에 목졸림과 같은 질식사 여부를 파악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장기들이 모두 부패하거나 구더기에 소실돼 검사를 할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유류물에서는 유 전 회장 유전자외에 다른 유전자는 발견되지 않았다. 국과수는 유류물 모두 유 전 회장이 만졌을 가능성이 높지만 동물이나 파리등이 옮길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유 전 회장이 저체온증으로 사망했을 것이라는 추정도 나왔다. 브리핑에 참가한 강신몽 가톨릭대 법의학과 교수는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발견된 전남 순천의 매실밭 인근이 저체온증에 걸릴 가능성이 큰 곳이라고 밝혔다.
강신몽 교수는 "5월이 따뜻한 날씨라고 하지만, 비가 와서 옷이 젖고 야간이 되면 노령 상태에서 추위를 느꼈을 수 있다"고 전했다.
강교수는 유 전 회장 시신의 윗옷이 밀려올라 간 것에 대해 저체온증으로 인한 이상현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저체온에 빠질 경우 오히려 옷을 벗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과수는 또 DNA 등 2차 정밀 검사 결과 시신이 유 전 회장이 확실하다고 밝혔다. 국과수는 부검을 통해 유병언 회장의 키를 측정한 결과 159.2cm로 160에 근사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왼쪽 둘째 손가락 결마디가 손상되고 네번째 손가락이 변형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국과수는 치아는 유 전 회장 가족들이 가져온 치아 기록을 비교해본 결과 치아 상태가 완전 일치했음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국과수가 명확한 사인 규명에 실패함에 따라 별장 도주 후 유 전 회장의 행적은 검·경의 추가 수사를 통해 밝혀질 전망이다. 관심을 모았던 자·타살 여부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으면서 유 전 회장을 둘러싼 의혹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재연 기자 ukebid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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