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증에 사재 1150억 쏟아…"메리츠금융 책임경영 위한 결단"
메리츠종금證의 아이엠투자證 인수자금 확보說엔 일축
[아시아경제 박미주 기자]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이 사재 1150억원을 회사에 투자한다. '책임경영'을 한다는 차원에서다. 또 금융업황이 어려울 때 투자를 늘려 지주 및 계열사들의 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복안이다.
메리츠금융지주 관계자는 25일 "154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할 예정인데, 이중 1150억원가량을 조정호 회장이 직접 투입할 예정"이라며 "자신감과 책임감의 표현"이라고 밝혔다.
이번 유상증자는 주주배정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이뤄지며 기존 주주들이 지분율만큼 유상증자에 참여하게 된다.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싶지 않으면 이를 포기하면 된다. 그러나 조 회장은 지분율 74.42%만큼을 모두 유상증자에 참여해 회사에 자금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관련 업계는 조 회장이 이를 계기로 경영 전면에 본격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조 회장은 지난해 6월 지배구조를 투명화하고 전문경영인 체제를 만들기 위해 메리츠금융과 메리츠화재 회장직에서 사퇴했다. 그러다 지난 3월 등기이사로 경영일선에 복귀했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이번 유상증자가 자금난 해소를 위한 것이 아니라 자본력을 확보해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포석이라고 강조했다.
지주 관계자는 "금융환경이나 경제가 어려운데도 메리츠화재나 메리츠종금증권, 메리츠캐피탈, 메리츠자산운용 등 계열사들의 실적이 괜찮고 잘하고 있다"면서 "이럴 때 계열사에 자금을 지원하면 성장동력을 강화할 수 있고 영업력도 증가하며 금융지주의 재무건전성과 신뢰도 또한 개선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5~10년 중장기 성장 잠재력을 내다보고 이를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메리츠종금증권의 아이엠투자증권 인수 자금 확보를 위한 유상증자가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이에 대해 메리츠금융지주 측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지주 관계자는 "증권사의 인수자금을 위해 추진하는 것이 전혀 아니다"고 잘라말했다. 메리츠종금증권 관계자도 "인수자금이 1700억원으로 추정되는데 현재 보유 현금자산이 4100억원가량으로 추가 자금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따라서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은 증권사보다는 화재와 캐피탈 등 계열사로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 평가는 긍정적이다. 이병건 동부증권 연구원은 "메리츠캐피탈은 현재 독자신용등급이 나오지 않고 있는데 자본을 투입하면 독자적으로 자금을 조달해 영업을 영위할 수 있게 되고 다른 계열사들도 자본이 투입되면 영업력이 좋아진다"고 평가했다. 이어 "어쨌든 유상증자이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주가 조정이 이뤄질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투자를 위해 자금을 확보하는 것으로 선순환이 이뤄지는 구조라 이번 유상증자는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박미주 기자 bey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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