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과수, 5월27~28일 사망 추정…자살, 타살, 자연사 등 논란은 여전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경찰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73)이 6월12일 전남 순천 '송치재 휴게소' 인근에서 객사한 채 발견됐다고 밝혔지만 유 전 회장인지의 여부와 사인에 대한 의혹은 더욱 커지고 있다.
23일 검경에 따르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서울분소는 시신을 넘겨받아 정밀 감식한 결과 유전자(DNA), 키, 손가락 등 신체적 특징이 유 전 회장과 100% 일치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국과수는 시신 훼손 상태를 토대로 유 전 회장이 검찰을 피해 달아난 지 2~3일 뒤인 5월27~28일께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유 전 회장의 사인을 둘러싼 의문은 해소되지 않았다. 수사당국 추적에 압박감을 느껴 자살했다는 분석부터 고령인 데다 고혈압, 당뇨 등을 앓고 있다는 점에서 지병으로 자연사했을 것이란 분석까지 나왔다. 국과수는 "늦어도 내일 모레 중에는 사인에 대한 결과가 나올 수 있고 이르면 내일 오후에 나올 수도 있다. 신속한 감정결과가 나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유 전 회장의 안경이나 지갑이 발견되지 않았고, 그가 들고 다녔다는 '20억 돈 가방' 역시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타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국과수는 독극물 복용 여부 등 사인을 가려낼 약물검사를 벌이고 있다.
DNA와 지문 등을 토대로 변사체의 주인공은 유 전 회장이라는 수사당국의 발표가 나왔지만, 의혹은 오히려 증폭되는 양상이다. 유 전 회장이 숨을 거둔 시간으로 추정되는 5월 말부터 6월12일까지 순천의 기온은 평균 20도 안팎에 불과했다. 5월29~31일 최고기온이 31~32도까지 올랐지만, 당시에도 평균 기온은 21~22도 수준이었다.
유 전 회장 발견 당시 반백골화가 80%까지 진행될 정도로 부패상태가 심했는데, 불과 보름 정도의 기간에 그렇게 신체가 훼손될 수 있는지 의문은 해소되지 않았다. 유 전 회장이 저체온증으로 자연사했을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되지만 웅크린 자세가 아니라 반듯한 자세로 발견됐다는 점에서 의문을 남겼다.
검찰이 관련 수사에 나서고는 있지만 '정치적 타살설'부터 '시체 바꿔치기설'까지 각종 음모론이 이어지고 있다. 검찰과 경찰 발표는 국민 의문을 해소하기는커녕 의혹을 부추겼다는 점도 음모론 확산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검찰과 경찰은 초동수사에 문제점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고 관련자 문책에 나섰다. 경찰청은 우형호 순천경찰서장을 대기발령시키고 순천서에 수사본부를 설치해 추가 수사에 나섰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대검 감찰본부를 통해 순천지청이 변사자 처리 과정에 문제는 없었는지 진상 파악에 나섰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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