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르노삼성자동차 노동조합이 22일부터 부산공장을 시작으로 부분파업에 돌입하면서 그간 추진해 온 '재도약 원년' 계획이 출발부터 삐걱거리게 됐다. 최근 내수시장에서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당장 올 하반기부터 북미수출차종을 생산하기로 하면서 한창 기세가 오르던 시기였던 만큼 이번 파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노조에 따르면 이날 오후 부산공장 주간조와 야간조가 각각 2시간 일찍 퇴근해 생산라인을 멈추는 한편 광주사업소는 오후에 1시간 파업에 들어간다. 하루 뒤 23일에는 대구사업소가 1시간, 오는 25일에는 부산공장 주·야간조가 각각 4시간씩 파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앞서 지난 14일 출정식을 열며 국내 완성차업계 가운데 올해 처음으로 파업한 르노삼성 노조는 이후 사측과의 교섭에서도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노조는 "회사가 진정성 있는 자세로 집중교섭에 임해줄 것으로 믿었으나 입장변화는 없었고 오히려 고자세로 조합을 비판하며 집중교섭을 결렬시켰다"고 주장했다.
르노삼성 노사의 올해 임단협 교섭은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일부 생산직종의 승진과 외주인력채용 등 인사문제와 관련해 노사간 의견차가 크게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임금인상안이나 전환배치문제, 부지매각 등도 노사간 입장차가 뚜렷하다. 노조는 추후 협상의 여지는 남겨놨지만 사측이 기존 입장을 고수할 경우 총파업에 들어갈 수도 있다고 경고하는 등 대립각을 세웠다.
르노삼성이 파업으로 주춤할 조짐을 보이면서 최근 2년 여간 추진해 온 리바이벌 플랜의 성과가 다시 물거품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회사 안팎에서 나온다. 르노삼성은 2000년대 중반 내수시장에서 15% 가까운 점유율을 기록했고 연간 30만대 가까이 차를 만든 적도 있었다.
그러나 2010년을 정점으로 내수판매가 줄기 시작했고 내부악재가 불거지면서 생산량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2012년 생산량은 15만 여대로 한창 때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었고 점유율은 4% 초반까지 떨어졌다.
이후 르노 본사와 내부적으로 회생계획을 마련, 올해 초부터는 살아날 조짐이 완연했다. 지난해 박동훈 전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을 영업본부장으로 영입한 데 이어 지난해 말 선보인 소형 SUV QM3가 시장에서 인기를 끌면서 공장가동률을 높여가던 상황이었다.
올해 초에는 닛산이 북미수출차종으로 개발한 SUV차종을 부산공장에서 생산하는 협약도 맺었다. 올 상반기 내수시장 점유율은 5.2%로 201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회사 관계자는 "파업이 길어질 경우 생산계획이 차질을 빚는 등 경영상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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