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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한 이상·박수근·나혜석을 만나다…'노모어아트'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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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한 이상·박수근·나혜석을 만나다…'노모어아트'展 근현대미술 체험-'노 모어 아트(No More Art)' 전시장 내부. 제비다방, 국제시장 등이 재현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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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천재 시인 이상이 연인 금홍과 함께 차렸다는 '제비다방'이 다시 돌아왔다. 환생한 이상은 여전히 무언가 끄적이고 있다. 1930년대 경성시대의 모던보이 이상과 금홍은 이곳에 화가, 시인, 성악가 등 예술가들을 불러 모았다. 다방 벽에 걸린 사진 속에는 화가 구본웅과 소설가 김유정, 박태원의 모습이 보인다. 시대의 우울과 고뇌 속에서 인생과 사랑, 낭만과 연대의식을 나누던 당대 예술가들에게 제비다방은 문화적 살롱이었다.

서울 성수동 서울숲 인근 주상복합 갤러리아포레 지하 2층에 재현된 제비다방이다. 다방 주변으론 광복 후 피난민들의 생계형 노점들이 늘어나면서 형성된 국제시장, 현대자동차의 모태인 '아도 서비스'(Art Automobile Service Station)가 보인다. 길거리에는 아이스께끼 장수, 자동차 정비 수리공, 노점상 여인과 아낙네들이 눈에 띈다. 골목 곳곳 근대 에로영화의 포스터들과 '간첩신고' 벽보도 붙어있다.


환생한 이상·박수근·나혜석을 만나다…'노모어아트'展 근대 여성화가 나혜석을 재현한 공간과 인물 모습.

가난했지만 낭만이 있던 근대의 생생한 풍경이 연극 무대 세트처럼 꾸며진 미술 전시장이다. 작품을 벽에 걸어두고 감상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가들이 살았던 시대적 배경과 이들의 개별적 삶이 묻어난 장소를 옮겨놔 마치 과거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준다. 실제로 배우들이 당대 예술가들이 돼 연기를 펼치기도 한다. 우리나라 근대 대표 화가로 꼽히는 박수근, 이중섭, 나혜석, 이인성 등 인물과 공간, 시대와 작품을 만나는 체험전시다. 근대 예술가들을 만나고 난 뒤엔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을 마주하게 된다. 미디어, 디지털, 설치 등으로 소재나 방식이 바뀌고 시대와 예술을 바라보는 관점이 새로워진 현대 미술세계를 작품들을 통해 살펴 볼 수 있다.


이달 초 개막한 전시는 최근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성동구로 이사 온 더페이지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갤러리 전시 공간 280평과 인접 대여공간을 포함해 총 600평 규모에서 선보여진 '노 모어 아트(No More Art)-근현대미술 체험전'이다. 사설 화랑으로는 드문 대형 체험 전시다.


환생한 이상·박수근·나혜석을 만나다…'노모어아트'展 현대미술 부문 전시장에 비치된 중국 작가 쉬빙의 작품 'Book from the ground'


갤러리 관계자는 "'노모어 아트'는 더 이상 예술이 필요 없다는 뜻이 아닌, 과거의 예술형식이나 가치에 대한 작별을 의미한다. 예술을 제대로 만나기 위해 삶을 관통해야 하듯이, 이번 전시는 일상적인 방법이 아닌 '예술가의 방'을 통해 어려운 여건 속에도 끝까지 예술혼을 놓지 않았던 근대 미술가들의 삶과 함께 현대 예술가들을 소개하면서 과거와 현재의 미술세계를 유기적으로 살펴볼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는 근대화가 중 한 명인 나혜석은 당시 시대가 강요하는 순종적인 여인의 삶을 거부하고 이혼 고백장을 신문에 게재한 인물이었다. 또한 지식인이었으며 세계를 여행했던 개화된 신여성이었다. 말년에는 파킨스병에 걸린 상태에서도 글쓰기와 그림그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나혜석의 아담한 방과 작품, 배우의 모놀로그를 통해 화가의 꿈, 예술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다.


이중섭의 한평 남짓한 방과 함께 소개된 작품들은 자연과 소, 아이들을 사랑했던 화가의 인생과 고뇌를 느끼게 하며, 박수근의 화폭에 담긴 나무와 행상을 하는 여인들, 빨래터 등은 가족을 위해 생의 순간순간을 충실하게 살아갔던 우리의 어머니, 누이, 아내, 딸의 모습이 나타나 있다. 근대미술 전시장을 지나오면 1950~60년대 독일과 미국 등에서 활동해 온 백남준과 동시대 작가 샘 프란시스, 데미안 허스트, 리처드 페티본, 김중만, 쉬빙 등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성인 10000원. 학생 8000원 유아 7000원 성동구민 40% 할인. 오는 9월 28일까지. 02-3447-0049.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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