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 "여러분 모두 스포츠를 사랑해서 자원했죠? 그렇다면 전문가가 돼 봅시다."
직원들과 상견례. 두 마디에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 모기업에서 소속이 바뀌어 생긴 불안한 마음을 읽었다. 지난 4월 2일 스포츠전문 독립법인으로 출범한 KT 스포츠. 프로스포츠 산업의 창의적 변화를 목표로 내건 그들 앞에 김영수(64) 대표가 나섰다.
김 대표는 홍보 전문가다. 1976년 입사한 LG에서 20여 년간 그룹을 알렸다. 스포츠는 부전공. 2004년 12월부터 2008년 10월까지 LG 스포츠의 대표이사로 일했다. 탄탄대로를 걷던 그에게는 고난의 시간이었다. 재직 기간 프로야구단이 하위권을 전전했다. 2006년과 2008년에는 꼴찌를 했다. 프로농구단이 2006~2007시즌 2위에 오른 것이 유일한 위안거리. "가족들이 빨리 그만두라고 매일 성화였다." 무엇보다 김 대표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사장단 회의에 참석할 때마다 구석을 찾았다. 사람들을 피하게 되더라."
뼈아픈 경험은 경쟁력이 됐다. 김 대표는 스포츠와 홍보의 지휘봉을 모두 잡은 국내 몇 안 되는 인사다. 그룹 이미지를 중시하는 KT 스포츠의 수장으로 적격이었다. "선수들을 통해 젊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창출해야 한다. 지더라도 멋있게 져야하는 거다. 근성마저 잃으면 모기업이 투자할 이유가 없다." 선수단에 대한 간섭이 아니다. 그에게는 철칙이 있다. "회사가 성장하려면 모든 조직원이 전문가처럼 일해야 한다. 상하 관계를 떠나 서로의 영역을 존중해야 한다." 스포츠단이기에 한 가지 강조하는 점은 있다. 선수 육성이다. "감독이라면 시행착오가 있더라도 선수들의 성장을 꾸준히 지켜봐야 한다. 있는 자원을 얼마나 활용하느냐가 곧 능력이다."
김 대표 앞에는 할 일이 쌓였다. 막 걸음마를 뗀 KT 스포츠는 자생력을 갖춰야 한다. 1부리그 진입을 앞둔 프로야구단을 중심으로 다양한 사업을 전개한다. 그 설계를 맡아 효율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분주하다. "직원들에게 권한과 책임을 분명히 부여하려고 다양한 매뉴얼을 짜고 있다. 모두가 전문가가 되도록 유도하는 거다."
KT 스포츠의 근거지인 수원시의 인구는 약 120만 명. 그러나 프로야구에서는 황무지나 다름없다. 한국시리즈에서 네 차례나 우승한 현대 유니콘스의 홈이었지만 임시 연고지였을 뿐이다. "우리는 다르다. 다양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야구장까지 리모델링해 다른 곳 이상의 뭔가를 보여주려고 한다." 김 대표는 KT 야구단의 성공을 확신하고 있다. "잠실야구장에서 이루지 못한 것이 너무 많았다. 서울시의 협조도 부족했지만 두산과 구장을 함께 쓰다 보니 먼저 합의해야 할 사항이 많았다. 수원구장은 KT만을 위한 곳이다. 이제 제대로 한 번 놀아보겠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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