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경제계가 내년 시행 예정인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에 대해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경제계는 이 제도가 시행될 경우 산업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며 2020년 이후로 연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6개 경제단체와 18개 주요 업종별 단체는 15일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에 대한 경제계 의견 발표문'을 통해 국제동향을 감안하지 않은 제도 시행은 우리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만 훼손한다며 배출권거래제를 2020년 이후로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산화탄소 배출 상위국인 중국(28.6%), 미국(15.1%), 일본(3.8%) 등에서 시행하지 않는 국가단위 배출권거래제를 이산화탄소 배출비중이 세계 1.8%에 불과한 우리가 먼저 시행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는 설명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미국, 일본, 러시아, 캐나다 등도 자국 산업의 경쟁력만 훼손된다는 이유로 온실가스 의무감축을 다루는 교토의정서 참여를 거부하거나 탈퇴했다"면서 "우리가 먼저 시행하는 것은 오염물질을 뿜어내는 공장 옆에 공기청정기를 트는 격"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제적 추세에 맞춰 2020년 이후 선진ㆍ개도국 모든 당사국이 참여하는 신(新)기후체제가 마련될 때까지 시행을 연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경제계는 배출권 거래비용이 기업 입장에서는 준조세 성격의 부담금이기 때문에 명확한 산출근거가 제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음식료품, 목재, 수도, 폐기물, 건물, 항공 업종을 제외한 17개 업종의 정부 할당량(14억9500톤 CO2)과 업계 산출치(17억7000만톤 CO2)간 괴리는 2억7500만톤 CO2에 이른다. 이에 따라 배출권 부족으로 과징금 추징(과징금 상한선 10만원/톤 CO2 적용)시 최대 27조5000억원의 추가 부담액이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경제계는 할당량의 근거가 되는 배출전망치(BAU, Business As Usual) 산정과정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배출권거래제에 대한 투명성을 높이고 제도 수용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라도 배출전망치에 대한 근거가 반드시 공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 온실가스 배출전망치의 전면 재산정도 주장했다.
정부는 2009년과 2013년 두 차례에 걸쳐 배출전망치를 산정했다. 하지만 2013년에 산정한 배출전망치를 발표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경제계는 에너지 기본계획 등이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2009년 산정된 배출전망치를 유지한 정부의 결정에 대해 경제계뿐 아니라 많은 전문가들이 의문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글로벌 탄소시장 전문 분석기관에서도 2013년 말 기준 배출전망치가 2009년에 비해 최소한 10% 이상 상향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경제계는 이러한 배출전망치에 대한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면밀한 분석을 통한 배출전망치 재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경제계는 전력, 스팀 등 간접배출을 할당대상에 포함하는 것도 경제적 파급효과를 고려하지 않은 이중규제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벤치마크 대상으로 삼은 유럽연합(EU)의 배출권거래제(ETS)에서도 간접배출을 규제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경제계는 직ㆍ간접배출에 대한 부담에 더해 최대 13조원으로 추정되는 발전부문 부담비용이 전기요금에 전가될 경우 이중, 삼중의 부담을 질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경제계는 전 세계가 본격적인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지 않고 있는 지금은 규제를 강화할 때가 아니라 친환경 기술개발에 더 많은 지원을 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신재생에너지, 친환경차, 이산화탄소 포집ㆍ저장 기술 등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기술개발 투자를 확대하면서 미래 먹을거리를 발굴하고 일자리를 창출해나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찬호 전경련 전무는 "투자를 위축시키면서 실질적인 효과가 없는 규제를 도입하기 보다는 환경기술 개발 등의 지원을 통해 성장과 고용을 창출하는 온실가스 감축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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