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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구의 중국 스토리 인물사] 왕망, 실패한 이상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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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구의 중국 스토리 인물사] 왕망, 실패한 이상주의자 박종구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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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망(王莽ㆍBC 45~AD 23)은 산둥성 출신으로 전한 정권을 찬탈해 신(新)왕조(AD 8~24)를 건국했다. 주나라를 이상으로 한 새 왕조를 건국했지만 복고주의적 정책으로 왕조가 멸망하는 비극을 겪게 된다.


그는 전한을 중흥시킨 한선제의 뒤를 이은 원제의 황후인 원후 집안사람이다. 왕씨 일족은 황제의 외척으로 막강한 권세를 갖게 됐다. 원제는 병약했는데 유가 출신의 인물을 대거 기용했다. 궁정의 비용을 대폭 삭감하고 한무제가 채택한 철과 소금의 전매제도가 유교이념에 배치된다 해 폐지했다. 원제의 지나친 유교 이상주의로 정치가 불안해지자 외척세력이 본격적으로 발호했다. BC 33년 원제가 사망하고 원후가 낳은 유오가 즉위하니 성제다. 성제는 여색에 빠져 조씨 자매를 총애해 국정을 나 몰라 했다. 한서는 "평안한 세상을 만나 상하가 화목했다. 그런데 주색에 탐닉해 조씨는 안을 어지럽히고 외가는 조정을 제멋대로 했다"고 성제의 치세를 깎아내렸다.

그는 고모인 원후 덕에 일찍이 조정에 출사했다. 어려서는 아버지가 일찍 죽어 유복하지 못했다. 성제 사후 애제와 평제가 뒤를 이었는데 병약해 모두 단명했다. 외척의 힘이 강해질 수밖에 없었고 이런 배경하에 외척의 중심인물로 권력을 장악하게 됐다.


그는 어린 시절 공손하고 검소하며 늘 학문에 정진하는 모습을 보여 주변의 칭송을 받았다. 조카인 왕광을 양자로 삼아 친자식 이상으로 아끼는 등 주변의 평판에 극도로 신경을 썼다. 본인의 야심을 교묘히 감추고 이상적인 유학자의 모습으로 포장했다. 이런 점에서 중국 역사상 가장 뛰어난 정치꾼이라 할 수 있다. 원후의 지원에 힘입어 평제 즉위 초 대사마 자리에 올라선다. 그러나 대사마가 된 이후에는 노골적으로 황제 찬탈의 야욕을 보여 원후와 사이가 틀어지게 된다. 그는 추문에 연루된 자신의 아들 왕우와 왕획을 자살시키는 등 성인왕망(聖人王莽)의 이미지 구축에 노력했다. 여론 조작에 탁월한 정치인이었다. 자신의 생모를 죽인 일을 원망하는 평제를 독살하고 두 살 난 젖먹이 유영을 후계자로 택했다. 스스로 가황제로 칭했다. 3년 후 천명을 받든다는 명분하에 황제가 돼 국호를 신으로 바꿨다. 전한 왕조는 멸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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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사상 최초로 선양혁명을 통해 제위로 오른 왕망은 급진적 개혁정책을 추진했다. 그가 롤 모델로 삼은 것은 옛 주나라의 제도와 관습이었다. 주나라 시대의 정전법을 모방해 토지개혁을 단행했다. 지방호족의 토지겸병을 억제하고 자영농민이 농지를 잃고 유민화되는 것을 막는 데 목적을 뒀다. 그러나 호족들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혀 많은 시행착오를 초래했고 결국에는 시행을 중지했다. 새로운 화폐도 주조했지만 유통과정이 복잡해 전한 시대의 오수전이 여전히 유통됐다. 전한 말의 행정구역도 대폭 손질했는데 지방의 실정에 맞지 않아 커다란 혼란을 초래했다. 그는 몽상가적 기질이 농후해 기이한 정책을 많이 채택했다. 하늘의 도움을 구하려고 우는 소리가 슬프고 애처로운 자를 뽑아 낭(郞)으로 채용했는데 전국에 5000명에 달했다고 한다. 대외정책에서도 많은 실책을 저질렀다. 흉노와 서역 제국과의 외교적 갈등이 심화됐다. 고구려왕의 칭호를 하구려후로 개명해 관계가 크게 악화됐다.


왕망의 결정적인 패착은 토지와 노비의 매매를 사실상 금지한 것이다. 호족의 경제 기반인 노비와 토지의 실질적 소유를 금지해 지방호족 세력의 결정적 이반을 가져왔다. 기근으로 유민화된 농민들이 지방의 호족세력에 가세함으로써 반란이 전국에서 발생했다. 18년 적이의 난이 일어났고 정부군은 반군 세력이 옹립한 갱시제 휘하의 유수 군대에 대패했다. 장안에 갱시제 군대가 입성했고, 그는 두오에게 살해돼 시신이 갈기갈기 찢겼다고 한다. 왕망은 거대한 사회개혁에 도전했다. 그 이상은 매우 훌륭했지만 너무 과격하고 엉성해 백성들의 삶을 더욱 곤궁하게 만들었다. '왕망을 타도하고 한 왕조를 부활시키자'는 민초들의 아우성이 터졌을 때 신왕조의 운명은 사실상 결정 난 셈이다.






박종구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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