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당 지도부가 '이기는 선거'에만 신경 쓰다 보니 이렇게 판을 흔들어 버린 것 아니겠냐. 정말 아무도 몰랐던 결과다."
지난 3일 새정치민주연합이 7·30 재보궐선거에서 서울 동작을(乙) 지역구에 박원순 서울시장의 측근인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전략공천한 데 대해 새정치민주연합의 한 중진 의원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면서 이같이 해석했다.
그가 말한 당 지도부는 정확히는 김한길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였다. 실제로 광주 광산을 지역구에 공천을 신청해 선거 사무소 개소식까지 마친 기 전 부시장을 서울 동작을 카드로 끌어올린 것은 '김한길의 작품'이라는 얘기가 많다.
또 다른 의원은 "천정배 전 장관을 광주 광산을 공천에서 배제하기 위해 이 모든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도 풀이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광주 광산을에 후보를 전략공천하겠다는 방침만 밝혔을 뿐 '인물'은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지역에 공천을 신청한 천 전 장관에 대한 공천 배제설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지도부가 당 안팎의 기류를 좀 더 지켜본 뒤에 전략공천을 확정할 것이란 의견을 내놓고 있다.
애초 당의 '선당후사' 기조에 어느 정도 찬성한다던 천 전 장관은 이제 광주 광산을을 포기하지 않겠다며 당의 '공천 흔들기'에 반발하는 분위기다. 천 전 장관은 5일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로부터 전략공천과 관련해 어떤 제안도 받은 적이 없고, 설사 다른 지역에 전략공천된다고 하더라도 전혀 응할 의사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서울 동작을 전략공천에 가장 극심하게 반발한 이는 이 지역을 십여년 지켜온 허동준 전 지역위원장이다. 허 전 위원장은 기 전 부시장에 대한 당의 전략공천 확정 후 당 대표 회의실에서 무기한 농성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허 전 위원장과 기 전 부시장은 '20년지기 친구'로 알려져 주위를 더 안타깝게 했다.
강기정·오영식·조정식 의원 등 당내 혁신모임이 주축이 된 의원 30명도 공동성명을 내고 당 지도부에 기 전 부시장의 전략공천 철회를 요구했다. 이들은 처음부터 허 전 위원장을 전략공천해주길 당에 요구하면서 이례적으로 특정 후보를 지지해 왔다.
공천 내홍으로 '안철수의 사람'도 떠났다. 금태섭 대변인은 동작을 공천 탈락 후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대변인직을 내려놓았다. 금 대변인은 고별 브리핑을 자처하고선 "출마 선언하고 다른 곳에 출마하는 그런 일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 갔다.
기 전 부시장이 뚜렷한 의사 표명을 하지 않고 있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당 안팎에서는 기 전 부시장이 동작을 전략공천에 대해 수용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있다. 나흘이 지나도록 대외적인 입장 표명도 전혀 없었다. 또 주위에서 "명분이 없는 전략공천의 희생양이 돼선 안 된다"고 해 고민이 깊은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동작을 전략공천의 후폭풍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광주 광산을에 대한 전략공천 후보 발표는 당 지도부 입장에선 부담스러울 수 있다. 7·30 재보선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내 공천 갈등의 불씨는 서울 동작을에서 광주 광산을로, 또 수원 지역구로 옮겨 붙을 가능성이 크다.
새정치민주연합 한 의원은 "이왕 어려운 결정을 할 것이었으면 한 번에 전략공천 지역과 전략공천 인물을 발표했으면 역풍도 덜 맞지 않았겠느냐"고 전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