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4일 두산과 삼성의 팀 간 9차전 경기가 열린 잠실구장. 두산의 왼손투수 이현승(31)은 팀이 5-4 한 점차 리드를 지키던 8회 1사 1루에서 팀의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선발투수 더스틴 니퍼트(33)가 삼성 야마이코 나바로(27)에 2타점 중전 적시타를 내준 직후였다. 삼성이 턱 밑까지 추격해 온 상황에서 팀 승리를 위해 한 점을 지켜야 하는 긴장된 순간의 등판이었다.
첫 타자는 2번 박한이(35)였다. 볼카운트 1-2에서 4구째에 시속 145㎞ 직구를 던져 헛방망이질을 유도,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후속 채태인(32)에 우중간 안타를 맞아 2사 1, 3루에 몰렸다. 초구에 던진 129㎞ 커브가 가운데로 몰리면서 안타를 내줬다.
역전주자까지 나간 실점위기. 타석에는 삼성의 4번 타자 최형우(31)가 자리했다. 이날 첫 타석에서 니퍼트를 상대로 솔로홈런을 쳤을 정도로 타격감이 나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나 이현승은 냉정했고 대담했다. 초구와 2구에 모두 볼을 던져 주춤하는가 했지만 곧 바로 바깥쪽에 143㎞ 빠른 공을 던져 첫 스트라이크를 잡았다. 4구째에도 스트라이크존 바깥쪽에 걸치는 145㎞ 직구로 헛스윙을 유도하며 유리한 볼카운트를 가져갔다.
최형우가 5구째에 볼을 고르면서 승부는 풀카운트로 이어졌다. 이현승이 마지막 순간 선택한 공은 135㎞ 바깥쪽으로 흘러 나가는 슬라이더였다. 이날 경기 열한 번째 투구. 타이밍을 뺏긴 최형우의 스윙은 힘 없이 허공을 갈랐다. 벤치에서 초조하게 경기를 지켜보던 니퍼트도 이현승에 박수를 보내며 감춰뒀던 미소를 지어보였다.
결국 두산은 9회 마운드에 오른 정재훈이 볼넷 두 개를 내줬지만 삼성 타선을 무안타 무실점으로 막으며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날 승리로 두산은 시즌 전적 35승 36패를 기록, 4위 롯데(36승 1무 33패)와 두 경기 차를 유지하며 단독 5위를 지켰다.
니퍼트는 7.1이닝 동안 삼진 여덟 개를 곁들이며 6피안타(1피홈런) 4실점으로 시즌 8승(6패)째를 챙겼고, 이현승도 시즌 아홉 번째 홀드(3승 2패)를 따냈다.
나석윤 기자 seokyun198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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