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축구는 '발'로 하는 스포츠다. 하지만 가끔은 발보다 '입'이 회자되는 경우가 많다. 브라질 월드컵도 그렇다. 각 국을 대표하는 선수들의 '입으로 하는 축구'는 월드컵을 즐기는 또 다른 재미다.
독일 대표팀의 루카스 포돌스키(29)는 '포뮬러 원(F1)의 황제' 미하엘 슈마허(45)를 언급했다. "슈마허를 위해 우승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30일(한국시간) 스키를 타던 중 머리를 다쳐 혼수상태에 빠진 슈마허의 쾌유를 비는 의미에서였다.
포돌스키의 메시지가 전달된 것일까. 슈마허는 지난달 16일 6개월여의 긴 잠에서 깨어나 의식을 회복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인 6월 17일 사우바도르 아레나 폰치노바에서 열린 포르투갈과의 G조 조별리그에서 독일은 4-0으로 대승을 거뒀다. 포돌스키는 "깨어난 슈마허가 독일의 사기를 끌어올렸다"고 했다.
포돌스키와 달리 일본의 혼다 게이스케(28)와 이탈리아의 마리오 발로텔리(24)는 도발적인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다. 혼다는 지난달 25일 콜롬비아와의 C조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 전 "일본이 월드컵에서 우승할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불가능한 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혼다의 자신감이 실력으로 나타나지는 않았다. 콜롬비아와의 경기에서도 1-4로 대패하며 조별리그 성적 1무 2패를 기록, 일찌감치 짐을 싸야 했다.
발로텔리 역시 "우리가 코스타리카를 이긴다면 영국 여왕에게 키스를 받고 싶다"는 말로 관심을 집중시켰다. 잉글랜드는 이탈리아가 코스타리카를 잡아주고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코스타리카를 이기면 16강에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바람은 바람에 그쳤다. 잉글랜드와 이탈리아는 나란히 조별리그에서 희생을 치르고 말았다.
자기반성과 후배들을 향한 일침에는 고참급 선수들이 나섰다. 스페인 대표팀 사비 알론소(33)는 지난달 19일 칠레에 0-2로 패하고 16강 탈락이 확정된 뒤 "패자에게 변명은 필요 없다. 스페인 축구가 그 동안의 성공해 심취해 있었다"고 했다.
잉글랜드의 주장 스티븐 제라드(34)는 후배들의 안일한 정신무장에 "어려서 큰 돈은 버는 선수들은 헝그리 정신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축구를 통해 얻는 돈과 명예가 가끔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고 했다.
이 밖에 더벅머리 모양의 헤어스타일로 유명한 벨기에 대표팀 마루앙 펠라이니(27)는 "벨기에가 월드컵에서 우승하면 삭발하겠다"는 말로, 독일의 토마스 뮐러(25)는 지난달 17일 프로투갈과의 조별리그 첫 경기 헤트트릭을 기록한 뒤 "아름다운 밤이다"라는 말로 팬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나석윤 기자 seokyun198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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