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900원대로 완만한 진입
증시는 상승 탄력받을 수도
[아시아경제 송화정 기자, 김철현 기자] 6년 만에 1010원 선이 무너진 원·달러 환율이 금융시장에 몰고 올 여파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원화 강세에 따른 증시 상승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관측하는 가운데 환율 하락 강도에 대해서는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3분기 세 자릿수 환율 불가피= 3일 원·달러 환율은 전일 종가보다 0.3원 오른 1009.5원에 개장했다. 전문가들은 환율이 지속적으로 완만하게 하락할 것이라는 데 의견 일치를 보이고 있다. 류현정 한국씨티은행 외환옵션팀장은 “시장에서 추가적인 환율 하락을 전망하고 있다”며 “다만 저점에 대한 경계감과 원화 강세 부작용에 대한 우려로 하락 속도는 완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3분기 중에 세 자릿수에 진입할 것이라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3분기 중에 세 자릿수 진입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고 송경희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도 “천천히 하락하며 1000원 선 하향 돌파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외환은행 경제연구팀의 서정훈 박사도 “당국의 구두 개입에도 불구하고 하락 속도가 빠른 걸 보면 3분기 내 900원대 진입 가능성이 높다”고 점쳤다.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꼽는 환율 하락 배경은 지속되고 있는 경상수지 흑자다. 전 연구원은 “경상수지 흑자, 미국의 저금리 기조에 따른 달러 약세, 외국인 자금 유입 등으로 추가적인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당국의 개입은 변수가 될 수 있다. 송 수석연구원은 “정부가 개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이에 대한 경계감도 있어 하락 속도를 늦출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화강세 지속, 증시에 호재될까= 일반적으로 원화 강세 시기에는 주가가 상승하지만 이번에는 그 강도가 다소 약한 상황이다. 원·달러 환율은 올 들어 4.38% 하락했다. 지난 3월 말 대비로는 5.21% 떨어졌다. 코스피는 지난해 말 대비 0.19% 상승했고 3월 말에 비해서는 1.49% 올랐다.
다른 아시아 국가의 경우 인도는 환율이 3.1% 하락하는 동안 주가는 21.6% 상승했고, 인도네시아는 환율이 1.9% 떨어졌고 주가는 14.3% 올랐다. 필리핀과 태국은 환율이 각각 1.6%, 1.0% 떨어지는 동안 주가는 16.0%, 14.7%씩 상승했다.
박형중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원·달러 환율 하락이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았다”면서 “인도 등의 경우 선거 이후 구조개혁 및 경기부양 정책에 대한 기대감 등이 있었던 반면 한국은 그 부분이 부족했다. 특히 내수부문 부진과 이로 인한 경기회복력 약화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하반기 정부의 정책이 뒷받침된다면 환율이 추가적으로 하락하는 상황에서 주가 상승 강도가 커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 연구원은 “한국이 추경 및 부동산 규제 완화 등과 같은 경기부양책을 실시할 경우 3분기 중에는 환율 하락이 주가 상승을 견인하는 힘이 커질 수 있다”고 짚었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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