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아시아의 인프라 투자 확대를 위해 중국이 주도하는 국제금융기관 설립과 관련해, 중국은 한국 정부에 참여를 요청하는 반면,미국은 참여하지 말 것을 종용해 한국 정부의 결정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북한에 앞서 한국을 먼저 방문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다음달 3~4일로 예정된 국빈방문 기간 중 박근혜 대통령에게 참가 표명을 요청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 당국자는 28일 "현재 금융 관련 부처가 이 문제를 놓고 협의를 진행 중"이라면서 중국 측이 한국 측의 참여를 요청한 사실을 확인했다. 한국의 참여여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일각에서는 시 주석이 박 대통령에게 확답을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을 제기하고 있지만 한국 정부가 명확한 답을 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미국이 이달 초 미국을 방문한 한국 고위관리에게 우려를 표시하며 참가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는데 과연 박 대통령이 이를 무시하고 시 주석의 손을 덥석 잡을 지는 의문이다.
중국이 조기 설립을 목표로 하는 ‘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AIIB)’은 시 주석이 지난해 10월 구상을 발표했으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각국과 일부 산유국을 중심으로 20여개국이 참여의사를 밝혔다.
중국은 AIIB 자본금을 당초 계획한 500억달러에서 1000억달러(한화 약 102조원) 규모로 대폭 늘리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사실상 미국과 일본을 배제하는 형태로 다국 간 협의를 추진하고 있어, 미국과 일본의 영향력이 강한 세계은행(WB)과 아시아개발은행(ADB)에 대항하려는 노림수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일본의 교도통신은 28일 미국 정부 당국자와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한국에 대해 참가를 보류하도록 요청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풍부한 자금력을 배경으로 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사실상 개입에 나선 모양새라고 통신은 평가했다.
통신은 오바마 정권에서 국제경제 정책을 지휘하는 앳킨슨 대통령 부보좌관이 이달 상순, 미국을 방문한 한국 정부고위 관리에게 직접 우려를 표명, 참가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아시아 중시 정책을 내건 오바마 정권은 중국과 “이해가 일치하는 분야에서는 협력을 확대한다”는 입장이지만 물밑에서는 미국 주도의 국제경제 질서를 잠식하려는 중국의 움직임에 대해 방해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자세를 취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통신은 지적했다.
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교도통신에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은 각국의 변제 능력에 걸맞는 투자를 추진해 부정과 개발 남용을 막기 위한 높은 기준을 확립해 왔다"면서 “인프라은행이 이러한 내용을 실천해 기존의 국제개발기관과 협력해 공헌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미국 측은 케리 국무장관과 루 재무장관이 다음 달 초 7월 베이징에서 열리는 ‘미·중 전략경제대화’에 참가해 이 문제를 거론할 것으로 통신은 전망했다.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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