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국가개조에 마지막 모든 힘을 다하겠다’는 각오로 2기 내각 통할의 업무를 시작한 정홍원 국무총리가 시작부터 정치권과 민심의 벽에 부딪혔다. 세월호 참사에 책임을 지고 두 달가량 전 사의를 표명한 이후 두 달 동안 '시한부총리'로 재임했는데 앞으로는 '유임총리'라는 불명예의 꼬리표가 붙으며 내각을 통할하는 국무총리로서의 운신의 폭이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 총리는 전날 박근혜 대통령의 유임결정 직후부터 총리로서의 업무를 재개했다. 오전에는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간부회의를 열고 "고사의 뜻을 밝혔으나 중요한 시기에 장기간의 국정 중단을 막아야 한다는 대통령님의 간곡한 당부가 계셔서 새로운 각오 하에 임하기로 했다"면서 "앞으로 국가를 바로 세우고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일과 공직사회 개혁, 부패 척결, 그리고 비정상의 정상화 등 국가개조에 앞장 서서 저의 마지막 모든 힘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필요한 경우 대통령께 진언드리면서, 국가적 과제를 완수해 나가겠다고"도 했다. 오후에는 유임 결정후 주재한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관계부처 장관들에 국정운영의 각오를 재차 밝히며 "공직자 여러분들도 저와 함께 개혁의 주역이 되어주시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27일 오후에는 아홉 번째로 진도를 찾는다. 오후 3시께 진도군청에 마련된 범정부사고대책본부를 찾아 정부관계자들로부터 그동안의 사고 수습 과정을 보고받는다. 정 총리는 이어 진도 실내체육관과 현장 상황실이 설치된 팽목항을 찾아 사고 발생 이후 두 달이 넘도록 가족을 찾지 못해 애를 태우는 실종자 가족들을 위로하는한편 사고 수습 작업을 하는 관계자들을 격려할 예정이다. 팽목항으로 자리를 옮겨 사고 발생 이후 두 달이 넘도록 가족을 찾지 못해 애를 태우는 실종자 가족들과 만나 위로의 메시지를 전할 예정이다.
정 총리가 사고 현장을 찾는 것은 사고 당일인 지난 4월16일 밤 중국ㆍ파키스탄순방에서 귀국하자마자 처음 방문한 이래 이번이 아홉 번째다. 정 총리가 유임이 결정된 이후 첫 외부 행보로 진도 방문을 선택한 것은 앞으로도 변함없이 사고 수습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게 총리실의 설명이다.
하지만 야권은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야권은 "세월호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라거나 "국민과의 약속을 깨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정 총리를 인정하지 않을 태세다.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 등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는 이날도 박 대통령의 유임결정을 비판하고 후임 총리 후보자 찾기에 나설 것과 박 대통령이 직접 정 총리 유임에 대해 국민에게 설명할 것을 요구했다.
정 총리로서는 정치권과 여론의 후폭풍을 뻔히 예상할 수 있었다. 헌정사상 사표를 낸 총리가 유임된 것이 처음인데다 세월호에 책임지고 물러난 총리가 세월호를 계기로 한 국가대개조의 작업을 진두지휘하는 것이 이치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정 총리로서는 불명예스러운 일이다. 정 총리는 그의 앞뒤로 3명의 총리 후보자가 중도 낙마했다. 초대 후보자인 김용준 전 인수위원장이 사퇴해 정 총리가 후보자로 지명돼 초대 총리가 됐고 2기 총리의 후임에 지명된 안대희·문창극 전 후보자 역시 청문회도 치르지 못하고 사퇴해 이의 바통을 다시 받게 됐다.
세종=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