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브라질 정부는 이번 월드컵 준비에 총 12조8500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을 쏟아부었다. 2006년 독일 월드컵(5조5400억원)와 비교해서는 두 배를 웃돌고, 2010년 남아공 월드컵(3조7800억원) 때보다는 3.3배 많은 금액이다. 브라질 내 빈부격차와 민생은 돌보지 않은 채 과도한 비용이 지출되면서 전국 50여개 도시에서 정부를 규탄하는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브라질 정부가 전례 없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이유는 월드컵 개최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브라질 정부가 추정한 경제적 파급효과는 53조원.
브라질 관광부는 “월드컵 기간 중 브라질을 방문하는 관광객은 최소 30만에서 최대 50만명 정도가 될 것”이라며 “관광객 1명당 지출액은 2500달러(약 255만원)로 총 관광수입은 3조8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관광객들의 지출액과 각 지역에 미칠 파급효과가 최대 50조원을 넘어선다는 것이 브라질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 같은 분석을 두고 지나치게 자의적인 기준을 적용해 내린 결론이라는 해석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전 세계 금융기관들은 이번 월드컵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브라질 정부의 분석처럼 대단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 중 하나인 미국 무디스(Moodys)는 “브라질 정부의 월드컵 관련 인프라 투자는 2010~2014년까지 5년간 정부가 계획한 총 투자금액의 0.7%에 불과하다”며 “월드컵의 국내총생산(GDP) 기여는 향후 10년간 0.4%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했다. 월드컵이 열리는 기간이 한 달에 불과하고, 투자 또한 일부 지역에 국한돼 파급효과가 크지 않겠다는 분석이다.
2013년 기준 브라질의 GDP는 2조1900억달러(약 2237조850억원). 무디스는 월드컵이 GDP 증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뿐만 아니라 해가 지날수록 그 수치는 낮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월드컵은 경제 발전에 미치는 영향보다는 국가 이미지 제고와의 연관성이 더 높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스페인 금융회사 BBVA 역시 “월드컵 개최가 브라질 GDP 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향후 10년간 0.5% 미만”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월드컵이 개최국의 경제 성장에 미치는 효과는 적은 반면 후원사들이 보는 수익은 최대 6~7배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 그래서 월드컵이 글로벌 기업들의 돈 잔치 무대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현재 국제축구연맹(FIFA) 공식파트너는 현대기아차 포함 여섯 개사이고, 월드컵 후원사는 여덟 개사다. 이들은 월드컵 개최 시기 FIFA에 약 1조5000억원을 후원하는데, 월드컵 때마다 약 8조5000억원에 이르는 마케팅 효과를 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석윤 기자 seokyun198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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