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개, 고양이, 새와 같은 반려동물이 현대인에게 애인 혹은 가족과 같은 존재가 된 지 오래다. 도시화와 1인 가구 증가 등 여러 복합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현대사회의 치열하고 고독한 삶의 환경 속에서 사람과 동물 간의 정서적 유대는 더욱 깊어져 왔다. 이런 흐름 속에 반려동물의 죽음과 영혼을 기리는 방식도 진화하고 있다.
'반려동물'이라는 명칭부터가 그 전까지 주로 즐거움을 위해 사육하는 동물이라는 의미였던 애완동물을 반려자나 친구로까지 대우하자는 의미에서 새롭게 붙여진 것이다. '반려동물' 개념이 국내에서 쓰이기 시작한 건 10년 남짓. 최근 애견 등을 대상으로 한 장례식장ㆍ납골당이 하나 둘씩 늘어가고 있다. 이는 키우던 동물이 죽으면 공동묘지에 묻고 애도하는 역사가 이미 100년이 넘는 유럽이나 미국, 일본의 문화가 유입된 것으로 얼핏 보인다. 그러나 실은 우리나라에서도 집에서 기르던 가축이 죽으면 아이를 장사 지내듯 고이 묻어주고 조의문을 쓰기도 하는 등 반려동물에 대한 장례 풍습이 있어 왔다. 동물을 반려자로 받아들이고 그를 위해 슬피 애도하는 것은 그 연원의 차는 있을지언정 동서양을 막론하고 보편적인 것이랄 수 있다.
사진작가 금혜원(여)은 최근 '반려동물의 죽음 이후, 그리고 인간과의 관계'를 주제로 해 전시를 열었다. 전시 제목은 'Cloud Shadow Spirit(구름 그림자 영혼)'이다. 제목의 단어들은 모두 누군가의 반려동물의 이름들이다. '구름'은 흰색 몰티즈의 이름으로 순수함을 뜻한다. '그림자'는 주인을 항상 따른다는 의미로 붙인 개의 이름이며, '영혼'은 인간과 정서적 교감을 나눈다는 뜻으로 불렸던 한 애견의 칭호다.
금 작가는 "강아지 이름에 이미 주인(인간)과의 관계성이 엿보이고 있다"며 "지난 1년간 한국, 일본, 미국 등지를 다니며 반려동물의 장례문화를 조사했다. 이런 문화를 삐딱하게 보려는 것이 아니라 시대상을 비춰보고, 또 누군가 겪을 수 있는 가까운 미래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접근해 봤다"고 설명했다.
전시장 벽면에는 장례식장에서 볼 수 있는 동물의 영정과 화환, 동물 전용 화장터로 향하는 관(棺), 납골당과 묘지 등을 찍은 사진 작품들이 걸려 있다. 동결건조시켜 박제된 반려동물의 모습도 볼 수 있다. 미국에서는 사랑했던 동물을 박제해 집에 보관하면서 추모하거나 화장 후 남은 유골을 활용해 보석으로 만들어 지니는 이들도 많다. 최근 한국에서도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 사이에 화장(火葬)한 동물의 유골을 고온으로 용융해 만든 인공사리를 지니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작가는 "반려동물의 죽음 이후 좋은 이별을 해야 한다는 마음에 공감을 하게 됐다. 형식적으로 너무 치우치는 건 경계해야겠지만 그런 반려동물의 장례문화에 담긴 정서는 윤리적으로 옳다고 생각한다"며 작업 과정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다음달 13일까지.서울 종로구 소격동 아트선재센터. 문의 02-733-8945.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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