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림받은 녀석 연 1만마리…서울시, 6년내 절반은 줄이기로
유기견 등 복지 종합대책, 고양이도 반려 등록제 포함, 사육 포기동물 인수제 도입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 11일 오후 서울의 한 유기견 입양센터에서 만난 머털이(5세ㆍ수컷)는 잔뜩 긴장한 표정이었다. 갑자기 나타난 기자에게도 곁을 주지 않으며 경계하는 눈빛이 역력했다. 머털이는 경기도 대부도 출신이다. 오랫동안 씻지를 못해 형체를 제대로 알아 볼 수도 없을 정도여서 대부도 주민들은 "옷이 움직이는 줄 알았다"고 했다. 거리 생활을 오래 한 만큼 '심장사상충'에 감염되는 등 건강도 크게 상했다. 헤어질 때까지 경계를 풀지 않는 머털이는 아직 사람이 무서운 듯 보였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시민들이 크게 늘어남과 동시에 버려지는 동물들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가 '시민과 동물의 행복한 공존'을 위해 지자체 최초로 종합 계획을 수립에 나섰다.
서울시는 버려지고 학대받는 동물들의 적극적 복지향상을 위해 법적ㆍ제도적 기반을 골자로 한 '서울 동물복지계획 2020'(이하 복지계획)을 전국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마련했다고 11일 밝혔다. 그간 사안별로 동물 복지 문제를 접근해 왔던 것에서 나아가 다양한 상황에 놓인 동물들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을 세웠다.
이번 종합계획은 ▲유기동물 ▲반려동물 ▲길고양이 ▲반려목적 이외의 모든 사육ㆍ실험 동물의 복지향상 계획과 함께 동물복지 향상에 시민참여를 유도하는 방안까지 총 5개 분야 19개 핵심 사업으로 구성돼 있다. 이를 위해 시는 동물보호과를 설치하고 지난 1년 반 동안 전문가, 시민단체와 정책과제를 논의했다. 이어 지난 2월26일에는 동물보호 관련 청책 토론회를 열어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도 반영했다.
먼저 시는 매년 발생하는 유기동물을 2020년까지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시에서 거둬들이는 유기동물은 매해 1만1000여마리 정도다. 이들 중 다른 가정으로 입양되는 비율은 27.5%에 그치는 반면, 안락사 등 폐사율은 54%나 돼 상당수의 유기동물들이 보호소에서 비참하게 삶을 마감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는 유기동물을 줄이기 위해 동물등록제를 반려견에서 반려고양이로까지 확대하고 내장형 마이크로칩으로 등록방식을 일원화하는 것을 정부에 건의할 방침이다. 시는 기존의 외장형 무선 식별 장치ㆍ인식표의 경우 분실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마이크로칩으로 등록방식을 일원화하면 반려동물의 등록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밖에도 '사육 포기동물 인수ㆍ보호제도'와 '유기동물 가정 임시보호제도'가 도입된다. 이를 통해 시는 2020년까지 유기동물을 절반 수준으로 줄이고, 54%에 이르던 유기동물 폐사율도 5%수준으로 크게 낮출 계획이다.
반려목적 외 동물원이나 실험실 등에서 사육되는 동물에 대한 복지향상 정책도 본격 가동된다. 우선 시는 서울동물원부터 전시ㆍ여가시설 위주에서 탈피해 멸종위기 종의 보전ㆍ생태연구 및 교육 중심기관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더 나가아서는 전시ㆍ공연ㆍ체험 등 사육동물에 대한 국제 수준의 동물복지 기준도 마련해 적용할 예정이다. 동물 해부실험에 대해서도 시는 교육청 등과 함께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점진적으로 동물 실험을 줄이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이 밖에도 시는 가정에서 길러지는 반려동물을 위해 ▲반려견 놀이터 3곳 증설 ▲동물 병원 진료비 자율 게시제 도입 ▲취약계층 반려동물 중성화 수술 지원 등을 시행한다. 또 시내에만 25만여마리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길고양이를 위해선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 표준지침 마련 ▲포획ㆍ방사에 지역주민 참여 보장 ▲시민들이 직접 길고양이 분포지도를 만드는 '길고양이 지도' 등을 추진한다.
시는 또 이 같은 동물복지 향상을 위해선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중요하다고 보고 적극적인 민ㆍ관협력을 통해 동물보호 문화를 조성키로 했다. 현재 33명 수준인 '동물보호명예감시원'을 2020년에는 1000명 수준으로 대폭 늘리고, 초ㆍ중ㆍ고등학교 학생 등이 참여하는 '주니어 동물보호명예감시원'도 내년부터 도입된다.
시는 다만 동물보호ㆍ복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아직까지 충분히 이뤄지지 못한 점을 감안해 예산액을 7년간 13억원 가량으로 최소화 할 방침이다. 대신 동물보호법 과징금, 동물 판매ㆍ진료 시 부과되는 부가세 일부, 유실동물 반환 시 보호비용 등 으로 '동물보호기금'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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