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윤나영 기자]"대박나서 가게 두 군데 더 오픈하고 온라인 판매망도 확대했어요." "벌금에 임대료까지 감당할 길이 없어 조만간 가게를 내놓을 생각입니다."
예측 불허의 보조금 공세가 휴대폰 판매점의 부익부 빈익빈을 심화시키고 있다. 한쪽에서는 '총알'이 넉넉한 판매업자들이 물량공세를 대대적으로 취하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가게 운영비도 건지지 못해 폐업을 걱정하는 업자들의 한숨이 깊어가고 있다.
15일 오후 경기도 안양의 한 번화가에 위치한 판매점을 찾았다. 주말임을 감안하더라도 근처에 파리만 날리는 다른 판매점들과 달리 이 매장에는 휴대폰을 보러 온 손님들로 북적였다. 가게도 20평 정도로 매우 넓은 편이었다.
판매점 주인인 김기현(30)씨는 "이통3사가 영업재개하면서 보조금이 다시 많이 풀리고 있다"며 "지난 10일 대란 때는 대박이 나서 대전과 부산 두 군데에 가게를 새로 냈다"고 귀띔했다. 김씨는 "사실 오프라인 매장보다는 온라인이 더 대박이었다"며 "10일 하루에만 1000대 가까이 팔려 우리끼리는 '잭 팟 터졌다'는 말까지 나왔다"고 덧붙였다.
반면 오프라인 매장만 운영하는 업자들은 영업재개 이후에도 '보조금 특수'를 누리지 못한 경우가 부지기수다. 서울 구로구에서 10년째 휴대폰 판매점을 운영해오고 있는 박흥수(45)씨는 10일 대란에 대해 "대란도 벌어들이는 사람들 이야기지 나같은 사람들은 평소와 똑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박씨는 "요즘은 오프라인 매장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앱,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총동원해 장사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보통 보조금은 그쪽으로 대거 풀린다"며 "나는 뭐든지 원칙을 지키려고 하는 사람이라 오프라인 매장만 고수했는데 이제는 안 될 것 같다"고 판매망 확대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다.
박씨의 경우는 그나마 다행이다. 가게 문을 닫을 지경에 이른 판매점도 적지 않다. 지난 3월13일~5월일까지 이어진 이통3사 영업정지 기간 입은 영업 손실에 폰파라치 신고에 의한 벌금까지 겹치면서다. 영등포에서 5평 남짓한 작은 평수의 휴대폰 판매점을 운영하고 있는 유성현(37)씨는 보조금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몸서리를 쳤다. 유씨는 "대체 통신시장이 왜 이모양이 됐는지 모르겠다"며 "보조금같은 거 제발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유씨는 4년 전만 해도 영등포, 구로, 금천 일대에 꽤 규모가 큰 판매점을 5군데 운영하면서 남부럽지 않게 휴대폰 장사를 했었다. 그러나 최근 1~2년 사이 보조금 경쟁이 심해지고, 지난 3월 불법 보조금 지급으로 이통3사가 영업정지를 당하면서 지금 운영 중인 매장 하나만 남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얼마 전에는 한 고객의 '폰파라치(불법 보조금 신고 제도)' 신고로 1000만원 가까운 벌금까지 물었다. 유씨는 "제아무리 재주가 좋은 장사꾼이라도 밀려있는 임대료에 단말기 할부금, 거기다 1000만원 넘는 벌금까지 당해낼 재간은 없다"며 "이달 말까지 가게를 정리할 계획"이라고 했다.
차별적 보조금 지급을 금지하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10월부터 시행되기는 하나 업계에서는 단통법의 실효성에 대해 여전히 의구심을 갖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하나의 기업이라고 해도 좋을만큼 몸집을 불린 유통망들은 폰파라치 신고도 무섭지 않을 만큼 박리다매로 휴대폰을 팔아치운다"며 "결국 보조금에 우는 건 규모가 작은 영세업자들"이라고 토로했다.
윤나영 기자 dailybes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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