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이아바(브라질)=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축구대표팀이 베이스캠프를 차린 브라질 파라나주의 포스 두 이구아수. 아프리카 짐바브웨의 빅토리아, 미국의 나이아가라와 함께 세계 3대 경관을 자랑하는 이구아수 폭포로 유명한 이곳에는 또 다른 볼거리가 있다. 파라과이와 아르헨티나로 통하는 관문이자 3개국을 잇는 접경지대라는 점이다. 이들 세 나라는 반경 10km 이내의 같은 생활권에 자리하고 있지만 월드컵에 대한 열기는 사뭇 다르다.
이구아수에서 차를 타고 북서쪽으로 20분 남짓 가면 파라과이의 국경과 마주한다. 파라냐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 양쪽으로 검문소 두 개가 설치돼 있다. 입국을 위한 신분 확인 절차는 없다. 하루 이틀 정도의 단기 방문은 특별한 허가 없이 왕래가 가능하다. 이른 아침부터 국경을 넘기 위한 오토바이와 차량 행렬이 꼬리를 물었다. 걸어서 다리를 건너는 사람들의 모습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입국과 함께 도착한 곳은 시우다드 델 에스테. '동쪽의 도시'라는 뜻을 지닌 이곳은 파라과이의 최대 상업 지역이다. 휴대폰, 카메라, 게임기 등 전자제품부터 의류, 신발, 화장품 등을 파는 복합 쇼핑몰과 함께 한국의 남대문 시장을 연상케 하는 재래 상점들이 어지럽게 뒤섞여 있다. 노점에는 브라질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반영하듯 월드컵 관련 용품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브라질 대표팀의 유니폼과 점퍼, 액세서리 등을 걸어놓고 손님맞이에 한창이다. 파라과이는 1998년부터 2010년까지 월드컵에 빠짐없이 출전하다 이번 대회에는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대신 인접 국가의 축구 열기를 통해 특수를 노리고 있다. 한 노점상은 동양에서 온 취재진을 발견하자 한쪽에 전시된 일본 대표팀의 유니폼을 꺼내 보이며 구매를 독촉하기도 했다. 애석하게도 한국 선수들의 유니폼은 없었다.
면세 지역이라는 설명과 달리 쇼핑몰에서 파는 정식 수입 제품들의 가격은 한국과 큰 차이가 없다. 브라질의 높은 물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대가 형성됐다. 안내를 위해 동행한 브라질 출신의 아데바시르 이보 구아르다(34) 씨는 자신이 신고 있던 스포츠 브랜드 신발을 가리키며 "브라질에서 600헤알(약 27만원)하는 제품을 이곳에서 250헤알(약 11만원)에 구매했다"고 귀띔했다.
목적지를 바꿔 찾아간 곳은 아르헨티나의 국경 지대인 푸에르토 이구아수. 대표팀 숙소에서 남서쪽으로 10분 거리에 위치한 검문소를 통과하면 도착할 수 있다. 이구아수 강을 경계로 브라질과 인접한 지역이다. 이곳은 출입국을 위한 절차가 비교적 까다롭다. 여권 승인은 물론 차량 탑승자에 대한 확인까지 거친다. 심사를 담당한 직원의 무뚝뚝한 표정에서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껄끄러운 관계가 보였다.
시내 인근 상점에도 월드컵 관련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다. 축구 용품을 파는 가게는 아르헨티나 리그 양대 산맥인 보카 주니어스와 리버 플레이트 관련 기념품이 주를 이룬다. 디에고 마라도나(54), 마르틴 팔레르모(41) 같은 보카 주니어스 출신 유명 선수들과 함께 입구에 서 있는 브라질 축구 스타 네이마르(22·바르셀로나)의 실물 사진이 그나마 눈에 띈다. 기념 촬영을 허락한 가게 주인은 마라도나와 팔레르모의 사진만 문 앞으로 가져온 뒤 흐뭇한 미소를 보였다. 양국의 라이벌 의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광경은 브라질에서도 마찬가지다. 상파울루 공항에는 아르헨티나의 간판 공격수 리오넬 메시(27·바르셀로나)를 조롱하는 문구가 적힌 노란 셔츠를 입은 브라질 팬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경쟁국의 핵심 선수를 비하하는 열성은 자국 축구를 사랑하는 자부심의 또 다른 표현일 것이다. 강력한 우승후보의 월드컵 열기도 점점 무르익고 있다.
쿠이아바(브라질)=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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