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승미 기자]두산엔진이 오는 17일이면 대형 저속엔진 분야에서 세계 최단 기간 누계 생산 9000만 마력을 달성한다. 2012년 1월 누계 생산 8000만 마력을 돌파한 데 이은 또 하나의 신기록이다. 두산중공업의 전신인 한국중공업이 1983년 선박용 엔진사업에 출사표를 낸 지 30년 만이다. 해외 업체의 기술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기술개발에 매진한 후발 주자의 '대역전극'이다.
지난 13일 두산엔진의 심장격인 경남 창원 공장을 찾았다. 대형 선박용 가스 엔진인 '8L70ME-C'(MK 8.2GI)는 실로 거대했다. '테스트 베드'로 불리는 작업대에 놓여진 엔진의 크기는 가로 14m, 폭 8.7m, 높이 12m에 달했다. 아파트 4층 높이의 크기다.
규모에 이어 두산엔진의 기술력에 다시 놀랐다. 두산엔진 김연정 과장은 "세계 최초로 액화천연가스(LNG)와 벙커C유를 사용할 수 있는 대형선박용 전자제어식 이중연료(Dual Fuel) ME-GI 엔진"이라고 소개했다. "가격이 싼 LNG를 주 연료로 사용하고 벙커 C유를 보조 연료로 사용해 출력도 높이면서 연비 효율성을 높인 친환경 엔진"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운항 경비 뿐 아니라 청정 연료인 LNG를 사용하니 오염물질 배출도 줄일 수 있다. 특히 최근 수년 동안 조선업계의 화두가 '친환경'으로 점철되기에 이에 대비한 전략 상품으로도 여겨진다.
이 엔진은 방문 다음날인 지난 14일 미국 나스코 조선소로 떠났다. 회사 관계자는 "3100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컨테이너선에 사용될 예정"이라고 했다. 지난해 3월 이 새로운 엔진 제작을 미국으로부터 의뢰받은 두산엔진은 설계를 시작으로 1년 3개월에 걸쳐 제작, 시험 운전 과정 등을 거쳤다. 두산엔진 김수길 차장은 "이중연료 방식의 엔진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면서 세계 글로벌 선주사들로부터 제작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앞으로 엄격해지는 환경규제에 최적화된 이 엔진은 선박 엔진의 트렌드를 바꿔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엔진은 선박용 디젤 엔진 생산에 주력하는 업체로, 2.5일에 엔진 1대를 생산하고 있다. 선박용 저속 디젤 엔진 시장 점유율 세계 2위(22%)다. 두산엔진은 앞으로 발전용 디젤 엔진 분야까지 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김종보 부장은 "선박엔진을 현재 96%수준에서 64%로 줄이고 비선박엔진 비중을 늘려나갈 예정"이라며 "2018년 2조 200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승미 기자 ask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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