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120달러까지 상승 우려
[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이라크의 상황이 심상치 않다. 미국의 항모 급파에 이어 이란까지 이라크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내놓으며 긴장감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이라크 바그다드로 몰려드는 급진 수니파 무장 반군인 '이라크ㆍ레반트 이슬람국가'(ISIL)과 이를 저지하려는 정부군이 교전을 벌이는 가운데 이란이 이라크에 병력 2000명을 파견하겠다고 밝히고 나섰다.
가디언은 이란 혁명수비대 민병조직인 '바시즈' 병력 1500명이 이라크 동부 디얄라주의 카나킨 지역에, 또 다른 병력 500명은 이라크 와시트주의 바드라 자산 지역에 각각 진입했다고 보도했다.
이란의 이같은 병력 증강은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이날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이라크 정부가 요청한다면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한 발언을 뒷받침한다.
시아파의 맹주를 자처하는 이란의 로하니 대통령은 누리 알말리키 총리가 이끄는 이라크 시아파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오랜 적대국인 미국과도 협력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ISIL이 북부를 장악하고 남쪽으로 세력을 뻗치며 바그다드 턱밑까지 위협하자 이라크 정부는 바그다드에서 북쪽으로 110㎞ 떨어진 사마라 지역 사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는 이날 수니파 반군의 사마라 진격을 막기 위해 맞설 것을 정부군에 지시했다고 CNN방송은 보도했다.
미국측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척 헤이글 장관은 니미츠급 항공모함 조지 HW 부시호를 이라크 인근 걸프 해역으로 이동하도록 명령했다.
존 케리 국무장관은 호시야르 제바리 이라크 외무장관과 전화 통화하고 미국 정부가 이라크 정부를 반드시 지원하겠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케리 장관은 통화에서 "다만, 이라크 지도자들이 분열이나 차이를 극복하고 국가 통합과 단합을 위해 종파나 인종을 떠나 모든 국민의 권리를 존중할 때만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지원이 성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고 국무부는 설명했다.
이라크 사태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에너지시장에도 유가 상승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미 경제 채널 CNBC는 이라크 상황이 내전으로 악화해 이라크 전체 원유 생산량에 영향을 미칠 경우 브렌트유 가격이 10% 상승해 최고 120달러까지 급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라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내 2위 산유국이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이라크에서는 하루 330만 배럴의 원유가 생산된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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