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만 지켜도 우승하는 난코스, '내추럴 에어리어' 주의보, 마지막 관건은 '거북등 그린'
[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황야의 결투'.
114번째 US오픈(총상금 800만 달러)의 격전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파인허스트골프장 2번 코스(파70ㆍ7562야드)는 거칠기로 유명하다. 자연 그대로의 '내추럴 에어리어' 때문이다. 모래와 잡초가 섞여 "벙커처럼 보이지만 벙커는 아닌" 곳이다. 골프채를 지면에 대고 샷을 준비할 수 있지만 문제가 있다. 벙커와의 구분이 모호해 정작 벙커에서 클럽을 지면에 댔다가 2벌타라는 치명타를 맞을 수 있다. 우승의 관건은 결국 페어웨이를 지키는 정교함이 출발점이다.
▲ "러프가 없다고?"= 올 시즌 두번째 메이저 US오픈의 화두는 '징벌과 보상'이다. 1999년과 2005년 이미 두 차례나 대회를 개최했던 파인허스트도 미국골프협회(USGA)의 의도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1999년 페인 스튜어트(미국)와 2005년 마이클 캠벨(뉴질랜드)의 우승 스코어는 각각 1언더파 279타와 이븐파 280타였다. 파만 지켜도 우승이 가능했던 셈이다.
9년만인 올해는 그러나 트레이드마크인 깊은 러프를 싹 밀어버렸다. 전문가들이 "선수들이 마음껏 장타를 날리며 버디를 쓸어 담을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은 까닭이다. 마이크 데이비스 USGA 이사 역시 "예년에 비해 다소 쉽게 세팅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섣부른 전망은 금물"이라는 지적도 있다. "러프 대신 항아리 벙커와 거북등 그린이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분석이다.
파인허스트가 바로 1895년 조성된 유서 깊은 코스다. 1번부터 8번까지 총 144홀 규모로 기네스북에 등재됐다가 지금은 중국 심천 미션힐스골프장(12개 코스 216홀)에게 자리를 내줬다. 도널드 로스가 디자인하고, 최근 빌 코어와 벤 크렌쇼가 리뉴얼한 2번 코스는 특히 2012년 골프매거진 선정 '미국의 퍼블릭 100대 코스' 3위에 오를 정도로 명코스다. 1라운드에 420달러(43만원), 페블비치(495달러)에 이어 미국에서 두번째로 비싼 그린피도 뉴스거리다.
예전에 '골프광(狂)'인 마이클 조던(미국)의 구설수도 여기서 작성됐다. 미국프로농구(NBA) 1988-1989시즌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지만 시상식에 불참하고 자동차로 1400㎞를 달려 파인허스트에 도착해 기어코 36홀 플레이를 즐겼다. 골프다이제스트가 파악한 핸디캡 3의 '고수' 조던의 페라리 승용차 번호판에는 아예 '예약된 골프 미치광이'라고 적혀 있다.
▲ "장타자가 유리하다고?"= 2005년 US오픈이 열릴 당시 7214야드였던 코스 전장은 올해 파70에 7562야드로 무려 348야드가 길어졌다. 만약 파72로 세팅됐다면 8000야드를 넘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파3홀 4개는 모두 200야드 안팎이고, 파4홀은 500야드를 넘는다. 파5홀인 5번홀은 576야드, 10번홀은 617야드다. 그야말로 '장타'를 치지 않고서는 아이언으로 그린 공략이 불가능할 정도다.
장타가 필요한 또 한 가지 이유가 있다. 바로 '거북등 그린'이다. 짧은 아이언 샷으로 강력한 스핀을 구사해야만 그린에 공을 세울 수 있다. 정교함도 필수다. 페어웨이를 벗어나면 앞서 설명한 내추럴 에어리어에서의 '가시밭길'이 시작된다. 선수들은 "차라리 벙커가 낫다"고 했다. 마치 머리카락이 날리는 모양의 와이어 그라스라고 하는 잡초가 섞여 오히려 공과의 콘택트가 어렵다.
벙커인지 아닌지도 명확하게 구분해야 한다. 더스틴 존슨(미국)은 2010년 파인허스트와 비슷한 분위기의 미국 위스콘신주 휘슬링스트레이츠에서 열린 PGA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 18번홀에서 벙커를 내추럴 에어리어로 착각해 클럽을 지면에 댔다가 2벌타를 받고 다잡았던 우승컵을 허무하게 날린 적이 있다. 매트 쿠차(미국)는 "내추럴 에어리어 안에 벙커가 숨어 있는 곳도 있다"며 주의를 촉구했다.
국내 팬들에게는 다음 주 두번째 여자 메이저 US여자오픈(총상금 400만 달러)이 열린다는 사실도 관심사다. '골프여제' 박인비(26ㆍKB금융그룹)가 타이틀방어에 나서기 때문이다. 지난주 매뉴라이프에서 고대했던 시즌 첫 승을 일궈내 자신감까지 충전한 상황이다. 여자대회는 913야드 짧은 6649야드로 세팅되지만 코스 공략법은 똑같다. 박인비는 일찌감치 "내 스타일과 딱 맞다"는 자신감을 선언했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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