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10일(현지시간) 실시된 공화당의 버지니아주 예비경선에서 에릭 캔터 하원 원내대표가 무명에 가까운 데이비드 브랫 후보에게 패배하는 이변이 발생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들에 따르면 버지니아 제7선거구 내 243개 투표소 개표 집계 결과 티파티운동의 전폭 지원을 받은 브랫 후보가 55.5%를 얻어 44.5%에 그친 캔터 원내대표를 11%포인트의 큰 표 차이로 누르고 승리했다.
유대계인 캔터 원내대표는 존 베이너(오하이오) 하원의장에 이어 공화당 제2인자이자 유력한 차기 하원의장 후보로 꼽혀왔다. 반면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의 랜돌프-메이컨대 경제학과 교수인 브랫 후보는 중앙 정치무대에는 거의 인지도가 없다. 선거자금도 브랫 후보는 20만 달러를 모금한 데 그쳤으나 캔터 원내대표는 무려 540만 달러를 모았다.
미 언론들은 이번 패배가 미국의 현대 정치사에서 가장 충격적인 사건이라고 보도했다. 반면 지나친 극단주의로 쇠퇴기를 걷던 티파니 입장에선 이번 승리의 의미가 크다.
언론들은 캔터가 차기 하원의장을 노리면서 전국적 인지도를 높이는 데 집중한 탓에 지난 몇 년간 지역구 관리를 소홀히 한 것이 패인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브랫 후보는 캔터에 실망한 티파티와 보수 활동가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얻으면서 승리를 쟁취했다.
브랫 후보는 특히 캔터 원내대표가 국가부채 한도 증액 문제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 및 민주당과 타협한 데 이어 중간선거가 끝나면 불법 체류자를 사면하는 이민법 개혁을 이끌 것이라는 점을 물고 늘어졌다.
캔터의 패배로 1100만명의 불법 체류자를 구제하기 위한 포괄적 이민개혁 법안의 하원 처리가 더 어려워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 법안은 지난해 6월 민주당이 다수인 상원을 통과했으나 하원에서는 다수당인 공화당이 보완책 마련을 이유로 처리가 미뤄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백악관은 "캔터 원내대표의 패배가 이민 개혁법안의 사망을 뜻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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