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송화정 기자]시장의 관심이 집중됐던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회의가 끝났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ECB 통화정책회의 이후 코스피의 반응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ECB의 통화정책이 코스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즉각적인 강력한 모멘텀으로 작용하기보다는 점진적으로 반영될 것이란 판단이다.
◆박승영 KDB대우증권 연구원= 지난 5일 ECB가 발표한 통화정책 패키지는 유로화 유동성을 늘려 국내 주시기장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번에 ECB가 발표한 정책들은 ▲금리 인하 ▲민간에 4년 만기 선별적 저금리장기대출(targeted LTRO) 시행 ▲유로존 비금융 기업의 자산담보부증권(ABS) 직매입 고려 ▲고정금리 단기자금공급조작(MRO) 지속 등이다.
이중 금리 인하와 TLTRO가 유동성을 늘리고 유로화의 유로존 이탈을 촉발해 풍선효과를 일으키며 이머징 주식까지 밀어 올릴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효과는 지난 2011년 말~2012년 초에 시행한 LTRO 때보다 작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LTRO 규모가 적고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위험자산 선호도가 이미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에 기대해 볼 수 있는 것은 유동성의 풍선효과다. 대부분 자산의 밸류에이션이 높아진 상황에서 증가한 유로화 유동성이 이머징 주식의 가격을 밀어 올릴 가능성인 높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미국 국채 금리가 추가로 하락하기 어렵고 스페인과 이탈리아 10년물 국채 금리가 각각 2.63%, 2.75%까지 하락해 미국 국채 금리와의 격차가 0.1%포인트 안팎에 불과해 유럽의 주요국 국채 금리가 더 떨어지기도 어려운 상황인데 선진국 주식은 밸류에이션 부담이 있어서 이머징 주식으로 유동성이 이동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선진시장 대비 이머징시장의 상대 밸류에이션은 70%에 불과하며 지난 5년 평균 85%보다 낮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2분기와 3분기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한다. 대형주 중심의 시장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 ECB 정책 효과는 코스피에 점진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예상한다. 당장 2050선을 뚫는 강력한 모멘텀이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ECB 정책이 연말까지 강도를 높여가는 단계적 접근인 점을 감안하면 정책 효과에 대한 논란은 피할 수 없는 과정이 될 것이다. 정책 발표 후 강세 흐름을 보인 유로화가 이를 대변하고 있다.
또한 유럽발 유동성의 초기 확장효과도 정책 특성상 2012년 초 LTRO 대비 약할 가능성이 높다. 1차 LTRO(2011년 12월) 직후 3개월간 유럽계 자금(룩셈부르크 포함)은 한국 주식을 6조8000억원 순매수한 바 있다. 즉각 시행되는 마이너스 예금금리, 국채매입프로그램(SMP) 불태화로 인해 늘어나는 유동성이 2900억 유로에 달하지만 위험회피 성향이 강한 자금의 성격상 즉각적인 유동성 확산효과는 LTRO만큼 크지 않을 것이다. 정책 강도가 강화되는 8~9월이 유럽 유동성이 본격적으로 움직이는 시기가 될 것이다.
업종별로도 단계적 접근이 유효하다. 1~2단계 ECB 조치가 실물경제로의 대출 확대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초기에는 유럽 경기 회복과 관련된 업종과 종목에 집중하는 전략이 유효해 보인다. 전년 대비 유럽 매출 비중이 상승한 넥센타이어, 현대하이스코, LG전자, 제일기획, 기아차에 관심이 필요하다.
유럽의 정책은 궁극적으로 인플레를 자극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다. 인플레는 경기민감주(화학, 철강, 은행)의 이익사이클을 반전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문제는 시점이다. 물가에 대한 컨센서스 변화가 인정되는 시점을 기다려야 한다. 1차 관문은 오는 17일 예정된 미국 소비자물가와 18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될 것이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