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대선을 인정하고 접경지역에서 군대를 철수하는 등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고 있지만 이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위장술에 불과하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 정부가 냉전과 같은 오래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대신 우크라이나에 대한 통제권을 확대하기 위해 교묘하게 새로운 게임을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NYT는 푸틴 대통령이 도네츠크 등 동부지역 분리주의 세력들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지만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정부가 군사력을 동원해 크림공화국을 점령했던 것과 달리 '프리랜서'로 볼 수 있는 민간인들을 동원해 동부지역 분리주의 움직임을 선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도네츠크 분리주의 세력이 선포한 '도네츠크 인민공화국'의 알렉산드르 보로다이 총리를 들 수 있다. 러시아인인 그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모스크바에서 투자 컨설턴트로 일했다. 하지만 그는 현재 도네츠크 공화국 대표로 경호원들과 함께 시내를 순회하며 러시아에서 온 수백명의 무장세력에게 명령을 내리기도 한다.
보로다이는 "애국심 때문에 이곳으로 왔으며 러시아계 주민들을 돕기 위한 것일 뿐"이라면서 러시아 정부와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부인한다. 하지만 그는 최근 "교전중 숨진 30여명의 체첸군인 시신을 러시아에 돌려보냈다"면서 러시아의 군사 지원 사실을 사실상 시인했다.
NYT는 겉으로는 우크라이나 중앙정부와 협력을 밝히고 있는 러시아가 동부지역의 이해관계를 손에서 놓지 않으면서 직간접적으로 분리주의 움직임을 지원하는 새로운 게임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페트로 포로셴코 우르크라이나 신임 대통령과 푸틴이 올여름 만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푸틴이 최소한 포로셴코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전까지는 동부지역에 대한 지원을 계속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의 자국 편입과 같은 구체적인 해결책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상단기간 동안 우크라이나 흔들기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크라이나 중앙정부가 러시아를 물리칠 이렇다 할 카드가 없는 것도 양국 간 긴장관계가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요인이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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