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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으로 젖은 습지, 반세기 침묵에 秘境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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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으로 젖은 습지, 반세기 침묵에 秘境이 되다 민통선 너머 양의대에 새벽안개가 피어 올랐다. 반세기가 넘도록 닫혀 있던 습지에는 고라니, 멧돼지, 산양, 노루 등 야생동물의 낙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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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그곳으로 갑니다. 비무장지대(DMZ)와 민간인 출입통제선(민통선)을 품은 강원도 화천입니다. 댐과 호수, 전쟁으로 고립되고 통제된 땅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고립과 통제 속에서 자연은 저 스스로 깊어지고 울창해졌습니다. 민통선을 넘어 당도한 안동철교와 양의대(良義垈). 반세기동안 민간인의 자취가 사라진 그곳에서 자욱한 새벽안개만이 신비롭게 민간인을 반깁니다. 감히 '비경(秘境)'이란 이름에 모자람이 없을 만큼 물길이 피워 올린 안개는 매혹적인 풍경입니다. 그 깊은 자연속에서 식물들은 꽃을 피우고 야생동물들이 자유롭게 뛰어다니고 있습니다. 북한과 600m를 사이에 두고 있는 최전방 칠성전망대는 비장함이 가득합니다. 이 곳은 37개월간 주인이 바뀌고 바뀌는 치열했던 고지쟁탈전의 현장이기도 합니다. 또 있습니다. 지금은 덜하지만 한때 오지(奧地) 중의 오지로 불린 비수구미 마을에서 시작되는 한뼘길입니다. 파로호를 따라 걷는 이 길은 옛 오지의 맛을 그대로 살려줍니다. 아시아최초 수달연구센터도 생태탐방지로 손색이 없습니다.
◇민통선 천혜의 습지 양의대, 신비로운 녹색의 땅
北으로 젖은 습지, 반세기 침묵에 秘境이 되다 양의대습지

화천읍에서 북쪽으로 해산(1194m) 한묵령을 넘어서면 바리케이드로 막힌 민간인통제선(민통선)이 나온다. 민통선을 통과하면 북한강 수계의 최북단 물길을 가로지르는 안동철교다. 철교에서 하류 쪽으로 광활한 녹색의 습지가 펼쳐져 있다. 민통선 천혜의 습지로 불리는 '양의대(良義垈)'다. 재안산(955m)에서 흘러내려온 능선이 북한강 수계의 최상류 물길과 만나서 이룬 습지. 반세기가 넘도록 인간의 간섭을 받지 않았던 야생동물들의 낙원이다.


북한의 임남댐에서 남한의 평화의댐까지 이어지는 북한강 본류의 물길은 38㎞다. 군사분계선을 두고 남북한이 정확하게 물길의 19㎞씩을 나눠 가지고 있다. 양의대 습지는 그 물길이 평화의댐에 담기기 직전의 구간에 위치하고 있다.

하지만 '양의대'란 이름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그 이름 안에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는지 아는 이는 없다. 북한강의 물길을 따라 금강산에서 금강송을 가득 실은 떼배와 한강에서 소금을 실은 소금배가 오가던 곳. 반세기도 더 이전에는 네댓 가구가 고작인 작은 마을이 있었다고 전해올 뿐이다.


양의대를 가로지르는 안동철교도 마찬가지다. 옛날 한강에서 올라온 배가 닿았던 안동포(安東浦)에서 따온 이름. 한자를 풀면 편안한 동쪽이라는 뜻이지만, '안쪽 동네'를 안동이라 불렀을 것으로 추측하는 사람도 있다. 이곳이 6ㆍ25 전쟁 당시 불바다를 이룬 곳이기도 했거니와 해방 직후 북한 땅이었다가 전쟁으로 수복된 땅이니 체제를 오가며 주민들은 뿔뿔이 흩어질 수밖에 없었으리라.

북한이 임남댐의 물길을 돌린 이후부터 수량이 크게 줄어 습지의 풍성한 모습은 없었지만 사방을 첩첩이 가로막은 산중에 안개가 걸렸다. 수면 위에는 피워 올린 안개가 뭉게 뭉게 춤을 추고 있다. 온 몸으로 짜릿한 감동이 밀려왔다.


재안산 너머로 햇살이 비껴들자 수면 위를 낮게 날던 백로가 습지에 내려앉았다. 습지 하류 쪽에서는 이쪽을 흘낏거리며 풀을 뜯던 고라니 몇 마리가 겅중거리며 초지 위를 뛰었다.

北으로 젖은 습지, 반세기 침묵에 秘境이 되다 녹색의 습지

동행한 김순동 문화관광해설사는 "양의대 습지에는 멧돼지와 고라니는 물론이고 산양과 노루도 물을 마시러 자주 보인다"고 말했다. 습지의 무른 땅 위에 야생동물들이 만들어낸 발자국이 길게 이어져 있다.


양의대는 민통선 지역이라 출입이 자유롭지 않다. 가는 방법은 있다. 화천군이 운영하는 시티투어를 이용하면 민통선을 통과해 양의대와 안동철교 등 일대의 풍경을 잠시나마 내려서 만날 수 있다.


승용차는 풍산리 7사단 평화초소에서 허가를 받아 정차하지 않고 안동철교를 지나 평화의댐 방면으로 가는것은 가능하다. 만족스럽게 풍경을 접할 순 없지만 반세기 넘게 꼭꼭 닫아건 바리케이드 너머로 들어가 때묻지 않은 생태를 만나거나 볼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능히 이 길을 권해볼 만 하다. 화천군은 또 민통선 출입이 자유로워질 때를 대비해 이곳에다 DMZ생태탐방로를 계획하고 있다.


DMZ을 둘러볼 수 있는 곳이 더 있다. 북한땅과 두 번째로 가깝다는 칠성전망대다. 적진과 가장 가까운 곳은 600m 거리에 불과하다. 1951년 휴전 협상을 시작한 이후 1953년 7월 27일까지 무려 37개월 동안 한 순간도 전쟁을 멈출 수 없었던 중부전선의 '고지쟁탈전'이 바로 이곳에서 벌어졌다. 휴전을 목전에 두고 하루에도 몇 번씩 주인이 바뀌어야 했던 전쟁 막바지 최전방이다.

北으로 젖은 습지, 반세기 침묵에 秘境이 되다 北으로 이어지는 물길

망원경을 통해 줄을 지어 이동하는 북한 군인들을 수시로 볼 수 있다. 날씨가 좋으면 밭에 불을 놓거나, 소를 끌고, 강가에 앉아 쉬는 사람까지도 보인다.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이 정해져 있으며 주변 지형 등에 대해 브리핑도 해준다. 점심때가 막 지난 시간에 가면 잔반통 아래로 멧돼지가 몰려오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오지를 찾아 가는 비수구미 한뼘길‥수달연구센터도 들러볼만
해산을 가로질러 호랑이가 나왔다는 아흔 아홉 굽잇길을 지나면 파로호 상류쪽의 비수구미 마을이 나온다. 마을은 화천댐이 생기면서부터 육로가 막혀 오지 중의 오지가 되어 '육지 속의 '섬마을'이라 불리기도 했다. 비수구미는 한국전쟁 직후 피난 온 사람들이 정착해 화전 밭을 일구며 살기 시작하면서 형성된 마을이다. 한때는 100가구가 살았던 때도 있었지만 1970년대부터 하나둘 도시로 빠져나가고 이제는 단 세 가구만이 이곳을 지키고 있다.


지금은 비포장 찻길이 난 데다 관광객들이 몰려들면서 오지의 맛은 사라진지 오래다. 오지의 적막함을 기대했다면 실망하기 딱 좋다. 하지만 비수구미 마을에서 파로호의 물길을 끼고 더 들어가보자. 화천군에서 조성한 도보길인 '한뼘길'이다. 옛 비수구미 오지 트레킹을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길을 걷다보면 관광지화 된 지금의 비수구미와는 비교 할 수 없는 오지의 맛을 느낄 수 있다.

北으로 젖은 습지, 반세기 침묵에 秘境이 되다 오지중 오지마을로 불렸던 비수구미 마을에서 파로호 물길을 따라 더 이어지는 한뼘길은 옛수동분교터(에코스쿨캠핑장)까지 1시간여 걸린다.

길을 파로호를 왼쪽으로 바라보며 걷는다. 비포장 산길을 따라 길옆으로 각종 야생화와 산나물들이 지천으로 널려 있다.


마을에서 1시간쯤 걸으면 화천군이 옛 수동분교터에 조성한 오지 캠핑장 '에코스쿨'이 나온다. 오지캠핑장이라고 우습게 보면 안된다. 전기는 물론이고 따뜻한 물까지 나오는 쾌적한 캠핑장이다. 파로호 선착장에서 배로 들고 나면 도선료로 1인당 왕복 1만6000원씩을 받지만, 현재 캠핑장 이용료는 무료다. 비수구미 마을에서 배낭을 지고 걸어서 캠핑장을 찾는다면 돈 한 푼 내지 않고 이용할 수 있다.


수동분교터에서 모일까지 더 이어지는 1시간여 길은 험하기도 하고 미완성되어 일반인들이 혼자 찾아가기엔 무리가 있다.


파로호를 끼고 있는 간동면 방천리에는 아시아최초의 수달연구센터가 있다. 수달의 보존과 연구, 증식이 목적이지만 연구센터는 생태관람을 위해 찾는 사람들도 많다.

北으로 젖은 습지, 반세기 침묵에 秘境이 되다 수달

이곳에는 현재 다치거나 어미를 잃어 구조된 수달 14마리가 있다. 수달들은 앞으로 민통선 너머 DMZ의 하천으로 돌려보내지게 된다.


박한찬 한국수달연구센터 연구원은 "수달은 북한강의 물길을 따라 남과 북의 철조망을 넘나드는 유일한 중대형 육상동물"이라고 설명했다.
인간은 선을 긋고 갈라져서 살아오던 반세기 동안 동물들은 경계를 넘어 공존하고 있었다.


화천=글 사진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asiae.co.kr


◇여행메모

北으로 젖은 습지, 반세기 침묵에 秘境이 되다 화천지도

△가는 길=수도권에서 가면 경춘고속도로 춘천나들목으로 나간다. 46번 국도를 따라 소양6교를 건너 간척사거리까지 가서 화천 오음 방면으로 좌회전한다. 오음사거리에서 간동면사무소와 파로호관광지를 지나 대붕교를 건너면 화천읍이다. 민통선 양의대를 가려면 산천시티투어(033-440-2575)를 이용하면 된다. 칠성전망대 관람은 산서면 산양리에 있는 '산양리 장병면회안내소'에서 당일 신청 가능. 월요일을 제외한 매일 오전 11시와 오후 1ㆍ3시에 입장한다.


△먹거리=화천읍 대이리의 평양막국수(033-442-1112)는 새큼한 닭육수에 닭고기를 찢어넣고 먹다가 막국수를 말아먹는 초계탕으로 유명하다. 파로호 선착장 가는 길목인 간동면에 있는 화천어죽탕(033-442-5544)은 잡고기를 갈아 야채와 끓여내는데 담백하고 깊은 맛을 풍긴다. 대이리의 콩사랑(033-442-2114)은 콩요리 정식, 모듬보쌈 등을 맛깔스럽게 내놓는다. 용화산 약초마을 입구인 하남면 삼화리에는 닭찜과 삼겹살 등을 내는 용화산가든(033-441-9999)도 맛나다.

北으로 젖은 습지, 반세기 침묵에 秘境이 되다 산소 백리길의 풍경

△볼거리=산소길이 유명하다. 북한강을 따라 40㎞ 남짓 이어지는 산소길은 산소 가는 길이 아니라 'O₂100리길'이다. 물 위에 떠있는 부교를 따라 걷는 '숲으로 다리'와 원시림 숲길이 백미다. 산소길을 자전거로 달리고 싶은 사람들은 붕어섬에서 자전거를 빌릴 수 있다. 이외에도 딴산, 꺼먹다리, 평화의 댐, 파로호 등이 잘 알려져 있다. 기암괴석과 빼어난 절경을 이룬 만산동계곡은 가족나들이로 좋다.


동촌약초마을에선 산나물과 산양삼이 지천으로 자란다. 동촌리 두레농원 일대는 곰취와 산마늘, 더덕, 산양삼 씨앗을 심어 기른 것들이 자라고 있다. 체험프로그램도 있다. 신청하면 농원도 둘러보고 산나물, 산양삼 등도 수확해볼 수 있다.산양삼 상품 10~12년산은 8만원~15만원선에서 구입할 수 있다. 인근 용화산 약초마을은 산림영농조합을 만들어 산나물과 산양삼 등을 키운다. 1㎏짜리 박스에 넉넉하게 담은 곰취를 1만 원쯤이면 사갈 수 있다.

北으로 젖은 습지, 반세기 침묵에 秘境이 되다 동촌약초마을(두레농원)에서 자라는 산양삼

△잠잘곳=코레이관광개발이 운영하는 화천열차펜션(033-441-8876)은 새마을호 열차를 개조한 펜션이다. 객차 10량은 21개의 객실로 꾸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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