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은 SKY를 모른다] 이준영 지음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나는 촌뜨기였고, 찌질이였고, 외톨이였다." 구글 최초의 한국인 엔지니어 1호인 이준영은 자신을 '구글러이자 시골러'로 칭한다. 그는 경남 김해의 시골에서 태어나 마산에서 자라고 부산에서 대학을 마친, 그저 평범한 청년이었다. 그는 소위 'SKY'(서울대, 고대, 연대) 출신도 아니고, 스탠퍼드나 MIT 출신은 더욱 아니다. 한때 잘 나가던 야후에 몸 담았다가 이름도 생소하고 조그만 회사로 옮겨 오늘날 엔지니어 겸 에반젤리스트로 구글 나이트 행사와 외부 강연, 구글 문화와 기술을 소개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는 '구글은 SKY를 모른다'는 책을 통해 일찌감치 구글을 선택, 오늘날 선망의 대상인 구글에서 일하기까지의 일화와 구글내에서 만난 한국 출신의 젊은 엔지니어들의 이야기를 담담히 술회하고 있다. 구글은 매주 금요일 전 직원이 모이는 TGIF(Thanks God It’s Friday) 행사를 갖는다. 이 자리에서는 래리 페이지나 세르게이 브린 등 창립자가 직접 마이크를 잡고 일주일동안 구글 안팎에서 벌어진 일들을 설명한다. 그렇다고 구글의 매출이나 실적 등에 대한 얘기를 꺼내지는 않는다. 경쟁가의 제품이나 마케팅 등에 대한 이야기도 없다.
대신 지난 한주 동안 어느 지역에서 구글이 어떤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했는지, 세상을 이롭게 하기 위해서는 구글이 어떤 의미있는 일을 하고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나이가 구글러들의 행복과 문화를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지, 직원들이 세상을 바꾸며, 행복한 삶을 누릴 것인지 등에 대한 비전을 나눈다.
그는 구글에 입사할 당시 다섯시간에 걸쳐 면접을 치뤘다. 대학이나 스펙 대신 오로지 미래 비전과 능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구글내에서도 특이한 기록을 가지고 있다. 구글은 분기마다 인터뷰를 가장 많이 한 사람을 발표한다. 그는 몇년전 3분기 연속 구글 전체에서 인터뷰 시간이 많은 사람으로 랭크돼 있다. 구글 내에서는 스펙과 프로필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수년간 대학졸업장이 없는 직원 수가 꾸준히 늘고 있으며 어떤 팀은 그 비율이 14%를 넘는다.
출신학교도 따지지 않고 그저 구글러로서 갖춰야할 기본 지식과 소양에 대해 여러 단계를 거쳐 검증한 후 채용할 뿐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다른 엔지니어들도 건국대 지리학과를 나오거나 전남대 통계학과 출신일 만큼 우리가 갖고 싶어 하는 스펙도 없고 엄친아도 아니다. 그런데도 구글에 입사,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엔지니어로 활동하고 있다. 여기서 저자는 선망의 대상인 직장에서 성공적인 삶을 누린다는 식의 사례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행복하게 사는데 학력이나 스펙이 굳이 중요치 않다는 걸 설명한다. 즉 스펙에 연연하지 말고 자신의 비전과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곳을 향해 도전하라고 충고한다. 에릭 슈미트 회장의 추천사도 같은 맥락이다.
"구글에는 많은 한국인이 일하고 있다. 우리는 그들을 뽑을 때 그들의 학력을 본 것이 아니라 잠재력과 미래를 만들어갈 자질을 갖추고 있는가를 본다. 이 책은 한국 젊은이들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꼭 갖춰야할 자질이 무엇인지 잘 설명해주고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이들도 스펙으로 치면 별 볼 일 없는 수준이다. 오히려 우리 주변의 입사지원자들보다 나을 것도 없다. 저자의 이야기는 굳이 구글에 입사하려는 젊은이에게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 오늘날 취업을 고민하는 사람들이라면 여러 도전의 기회를 외면하고 스펙 챙기는데 투자하지 말라는 뜻이다. 취업에 대해 충고하는 책들은 많다. 게다가 취업생을 위한 자기계발서 또한 수두룩하다. 저자는 그저 소박한 꿈이지만 그 꿈에 맞는 공부를 열심히 하며 행복하게 사는 길을 함께 찾아보자"고 권유한다. <이준영 지음/알투스 출간/값 1만4000원>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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