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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말의 습격]에오니즘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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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말의 습격]에오니즘 (58) 낱말의 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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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루이15세 때 관리였던 에온(eon)은 남자인지 여자인지 불분명한 사람이었습니다. 남장을 하기도 하기도 여장을 하기도 했던 그는 에오니즘(eonism)이란 말로 남았습니다. 남자가 여자옷을 입고 싶은 마음이나, 그 반대의 마음을 주로 가리키는 이 말은, 한 존재가 뚜렷한 양성의 구분을 지닐 수 있는 게 아니라, 흐릿하고 모호한 경계가 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어린 시절 여인들의 소음에서 자란 나는, 마음 속 깊이 에오니즘을 지니게 되었는지 모릅니다. 가끔 그런 꿈을 꾸거든요. 여자가 되어 여자 옆에 나란히 평화롭게 잠드는 꿈. 여자의 냄새로 가득한 방에서 무슨 얘긴가를 끝없이 나누다 가벼운 나비처럼 꿈 속으로 날아가는 꿈. 이 또한 작은 도착(倒錯)일텐데, 그 꿈은 이뤄지지 않고, 나는 꿈의 마지막에서 남자로 변해버리는 게 큰 탈입니다. 경계란 그래서 불온한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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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편집에디터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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