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단말기 보조금 경쟁을 강력히 단속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시험이라도 하듯 이동통신3사가 영업재개에 나선 지 며칠도 안돼 또다시 공짜폰 보조금 경쟁이 도졌다. 경쟁사와 유통망 등에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이통사의 발뺌도 여전하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주말인 22~23일 재차 경쟁이 달아오르면서 온·오프라인 유통망을 중심으로 LG 'G2'가 공짜에, 출시된 지 얼마 안 된 삼성 '갤럭시S5'도 17만원 안팎의 가격에 풀렸다. 폭탄 보조금이 재차 논란으로 떠오르자 이통3사가 자체 단속에 들어가면서 24일부터는 이같은 판매글은 사라진 상태다.
이같은 보조금 경쟁은 예고된 수순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시장점유율 수성을 공언한 이통사들이 영업정지 기간 중 경쟁사에 뺏겼던 가입자를 되찾으려 나설 동기가 충분하고, 제조사들도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재고분을 처리해야 할 필요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22일 오후부터 경쟁사가 G2를 5만원 가격으로 대거 풀었던 것이 주말 대란의 시작이었다"면서 "먼저 치고 나오니 대응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지목당한 경쟁사 관계자도 "이번주 영업재개 첫날부터 점유율 붕괴를 어떻게든 막으려 공짜폰을 풀며 치고나온 업체가 오히려 적반하장"이라고 반발했다.
보조금은 기본적으로 이통사의 영업 정책이 좌우한다. 하지만 대리점 차원에서 그간 영업정지 기간의 손해를 메우기 위한 '일탈'성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통사들이 추가 제재 등을 앞두고 정부를 정면 거스르기는 힘들다"면서 "이번처럼 치고빠지는 보조금은 대형 유통망에서 주도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정부는 과열 보조금을 강력히 단속하겠다면서 이통사의 최고경영자(CEO)까지 형사고발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이통사가 영업망에 책임을 전가하는 상황에서는 조직적 지시에 따른 것임을 증명하기조차 쉽지 않다.
오는 10월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 발효되지만 그 전까지는 유통망이 과열될 때마다 정부가 이통3사 책임자를 소환하고, 다시 일시적으로 소강되는 행태가 계속 반복되는 모습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이번 주말 보조금 '대란'은 영업정지 제재가 실효성이 없음을 다시 한번 확인해 준 것에 불과한 셈"이라고 말했다.
김영식 기자 gra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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