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역사 속에서 아랄 해 스스로 복원된 사례도 있어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푸른 물결이 일렁이고 소금물에서 새우들이 맘껏 뛰어놀던 그곳. 그 속에서 생태계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살아갔던 곳. 지금은 먼지바람을 일으키며 황폐화 된 곳, 바로 중앙아시아의 아랄 해(Aral Sea)를 두고 하는 말이다. 아랄 해는 매년 면적이 줄어들면서 몇 십 년 안에 사라질 지도 모른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런 절망의 아랄 해가 복원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뉴사이언티스트는 최근 'History shows that parched Aral Sea can be restored(메마른 아랄 해가 복원될 수 있음을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는 기사를 통해 "북쪽 아랄 해의 경우 오히려 해수면 기준으로 수면이 높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랄 해는 중앙아시아인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에 걸쳐 있는 내해(內海)를 말한다. 내해란 육지 사이에 낀 좁은 바다를 일컫는다. 미항공우주국(NASA)은 그동안 관측된 위성사진을 비교해 본 결과 앞으로 30년 안에 아랄 해가 사라질 지도 모른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1960년대 이후 약 90% 이상이 사라졌다는 결과물을 내놓았다. 가장 큰 원인은 농업 용수였다.
아랄 해에 물을 공급해 주던 시르다리야 강과 아무다리야 강의 물길을 농업용수로 돌려버렸기 때문이다. 아랄 해에 물이 흘러들어오지 않으면서 점점 물은 말라갔고 호수는 바싹 마른 땅으로 변했다.
아랄 해의 이 같은 문제는 지구촌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상징하는 사례로 꼽힌다. 말라버린 아랄 해에서는 먼지 폭풍이 일어나고 소금 바람이 불어오면서 주변 많은 사람들이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 물이 오염돼 식수로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생태계가 잇따라 파괴되고 있다.
이런 아랄 해가 다시 복원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필립 미클린(Philip Micklin) 서부미시간대학 교수는 "아랄 해가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사실은 최근 탄소연대측정방법을 이용해 아랄 해의 역사를 되짚어 본 연구결과에 기초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세르게이 크리보노고프(Sergey Krivonogov) 러시아 지질학 박사 등이 중심이 돼 아랄 해가 2000년 동안 어떤 변화를 겪어 왔는지를 측정했다. 1961년 아랄 해의 표면은 해수면 54m 높이였다. 서기 400~600년 사이에 아랄 해는 약 10m에 불과했던 것으로 연대기 측정결과 나타났다. 반면 1000~1500년에는 29m로 조사됐다. 1600년 이후부터 아랄 해의 수면은 계속 높아졌다. 소련이 관개수로를 만들기 전까지.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회복된 것이다.
연구팀은 "역사적으로 보면 아랄 해가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회복됐다는 사실을 알려 준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연구결과를 두고 미클린 박사는 "역사는 우리에게 희망을 포기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1989년 아랄 해 표면은 해수면 40m에 이르렀다. 2005년 남과 북을 나뉘는 댐이 만들어졌고 이어 관찰한 결과 북쪽 아랄 해가 해수면 42m 높이로 나타났고 물고기들이 강에서부터 되돌아오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클린 박사는 "1950년대만 하더라도 아랄 해에서 물고기를 잡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다"며 "북쪽 아랄 해가 조금씩 회복되고 있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물론 남쪽 아랄 해는 호수 면적이 줄고 있다. 표면이 해수면 29m 높이까지 줄어들었다. 남쪽을 복구하는 것은 어려운 국면에 처해 있다. 미클린 박사는 "물길을 돌려 농업용수로 사용하던 양을 줄여 아랄 해로 흘러들게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농업용수를 위해 막았던 물길을 다시 아랄 해로 유입되도록 터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경우 주변의 많은 농장들은 폐허가 될 수밖에 없다.
역사가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긴 역사 속에서 어려웠던 상황에서도 아랄 해는 스스로 극복해 내는 사례를 발견했다. 이제 21세기 인류가 답할 차례이다. 주변 농작지도 살리면서 아랄 해의 황폐화도 막을 수 있는 방법, 그것을 찾으라고 역사는 인류에게 가만히 권하고 있다. 남은 몫은 인류가 해결해야 할 숙제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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