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재수사 때 ‘자금흐름’ 밝혀줄 인물로 지목…지명수배했지만 꼭꼭 숨다 전격 법정출석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검찰이 세모그룹 유병언 전 회장(73) 검거를 위해 전국에 지명수배를 내리면서 1991년 '오대양 사건' 재수사 당시 의혹의 핵심인물이었던 송모 여인이 다시 관심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송씨는 유병언 전 회장에 앞서 검찰의 지명수배를 받았던 인물이고, 끝내 검찰의 수사망을 피해 다니는 데 성공했던 인물이다.
송씨는 유병언 전 회장의 사채 모금책이자 비서로 알려졌던 인물이다. 송씨는 유 전 회장을 둘러싼 자금 의혹을 풀어줄 핵심 인물로 알려졌지만, 검찰은 송씨의 소재 파악에 애를 먹었다.
송씨와 유 전 회장의 관계도 관심의 대상이었다. 1991년 당시 일부 언론은 두 사람이 특별한 남녀관계 사이라는 취지의 보도를 하기도 했지만, 두 사람은 그런 관계가 아니라는 내부 관계자의 증언도 있다. 일반인이 오해할 특별한 관계는 아니었다는 얘기다.
유병언 전 회장도 언론에 송모 여인에 대해 언급한 일이 있다. 유병언 전 회장은 1991년 7월20일자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송씨는 본사 직원으로 일한 적이 없다. 송씨는 본인이 80년대 초 대전의 한 교인 집에 갔을 때 우연히 만난 적이 있을 뿐이다. 송씨는 구원파를 이끌고 있던 권신찬 목사를 비난하고 다녀 구원파로부터 배척당한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유 전 회장은 송씨를 잘 모르는 인물이라고 밝혔지만, 검찰은 송씨가 자금 흐름을 둘러싼 의혹을 밝혀줄 핵심 인물이라고 판단했다. 문제는 송씨 소재 파악을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검찰은 당시 송씨 검거를 위해 전국에 지명수배를 내리고 현상금과 1계급 특진까지 내걸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송씨는 지명수배 10개월 동안 서울 신도의 자택과 식당, 구원파 소유 농장 등에 은신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행방이 묘연했던 송씨는 1992년 5월14일 유병언 전 회장 항소심 3차 공판 증인으로 출석해 관련 당사자들을 놀라게 했다. 검찰이 끝내 찾지 못했던 그가 제발로 검찰 앞에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검찰은 송씨가 수배된지 10개월만에 전격적으로 증인으로 나타나자 재판에서 질문도 제대로 못하는 등 허둥대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검찰 관계자는 송씨가 자신이 구속될 것을 알면서도 유 전 회장 형량을 낮춰주기 위해 증언자로 나섰다는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송씨는 증인출석 이후 구속 기소됐다.
송씨와 유 전 회장의 관계는 당시에도 그렇지만 지금도 관심 사안 중 하나다. 유병언 전 회장이 잘 모르는 인물이라고 밝혔던 그는 지금까지 유병언 일가 쪽과 관련된 곳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제주도 양식장인 ‘남녘수산’에 송씨가 이사로 등재돼 있는 게 알려졌다. 남녘수산은 구원파와 관계가 있는 곳으로 추정되고 있다. 남녘수산은 유병언 일가의 은닉재산 중 하나로 지목되는 곳이기도 하다. 송씨는 남녘수산 이사로 등재돼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 출근해서 일을 하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유병언 전 회장을 둘러싼 의혹은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의문으로 남아 있다. 송씨와 관련한 내용도 마찬가지다. 검찰이 유병언 일가 수사를 시작한지도 어느새 한 달이 흘렀다.
유병언 전 회장을 안 잡는 것인지, 못 잡는 것인지 의문은 이어지고 있다. 1991년 오대양 사건 재수사 당시처럼 어정쩡한 결론으로 마무리되는 것은 아닌지 벌써부터 우려가 나오는 실정이다.
심지어 정보에 접근할 위치에 있는 누군가가 유병언 일가 쪽에 수사 정보를 제공해주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의혹의 대상에는 검찰도 예외는 아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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