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금 유입 가속화…기관투자자 중심으로 수요도 견실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금리 상승 우려와 증시호황 등에도 불구하고 유럽 채권 시장으로 자금 유입이 가속화하고 있다고 미국 경제 전문 채널 CNBC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펀드정보 제공업체 리퍼에 따르면 지난 3월에만 유럽 주요 채권형 펀드로 215억유로(약 30조1000억원)가 유입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주식형 펀드(36억유로), 혼합형 펀드(85억유로)의 자금 유입세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리퍼는 지난달에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진 것으로 파악했다. 4월 한달 동안 룩셈부르크와 아일랜드에 투자하는 채권 펀드로에 유입된 금액은 144억유로였다.
자금 유입에 따라 주요국 국채금리의 하락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영국의 10년만기 국채(길트) 금리는 올해 초 3.3%에서 최근 2.73%까지 내려갔다. 이 기간 길트에 투자하는 채권펀드로 56억유로가 들어왔다. 유럽 재정위기국 중에는 10년물 국채금리가 유로 도입 이후 사상 최저치로 내려간 곳도 있다.
유럽 채권 수요는 기관투자자들을 중심으로 견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미국 컨설팅업체 머서가 1200개의 유럽 연기금에게 물어본 결과 20%는 채권투자를 늘리겠다고 답했다. 이들은 특히 물가연동 길트와 회사채에 관심이 많았다. 응답자의 28%는 향후 12개월간 자국 주식의 비중을 줄이겠다고 답했다. 25%는 해외 주식투자 역시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식 투자가 줄고 채권 투자가 늘고 있는 것은 비단 유럽의 얘기만이 아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카메릴린치(BAML)가 전 세계 펀드매니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주식에 대한 비중확대 의견을 낸 매니저들의 비중은 37%로 한달 전보다 8%포인트 줄었다.
특히 유럽 채권의 투자 매력도가 상승하고 있는 것은 유럽중앙은행(ECB)의 경기부양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과 관련된다.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고 해도 디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유럽이 금리를 동반 인상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다만 유럽의 금리가 생각보다 빨리 오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만큼 채권 투자시 요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스위스 자산운용사 픽테의 아누즈 칸나 남아시아 담당 최고경영자(CEO)는 "일단 금리가 오르면 투자자들은 차입비용 증가와 채권가격 하락이라는 이중고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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