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전남)=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이혜영 기자]"내 새끼들 다 죽었잖아요. 오늘 다 꺼내주세요." "기다려라, 기다려라, 대체 언제까지 기다리냐."
세월호 침몰사고 19일째인 4일 오후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만난 실종자 가족 50여명은 수차례 오열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이날 약 40분에 걸쳐 진행된 박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수색작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과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한 실종자 아버지는 "애들이 다 죽었다"며 "언제까지 꺼내줄거냐. 오늘 다 꺼내달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소조기 안에 우리애들 다 돌아오게 해야한다"며 "그게 조금이라도 가족들 맘 헤아리는 길"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침몰사고 후 정부의 무능력한 대처에 대한 분노도 쏟아졌다. 한 실종자 가족은 "기다려라, 기다려라, 언제까지 기다리냐"고 질타했다. "대한민국이라 그렇다"는 울음 섞인 고성도 천막밖으로 쏟아졌다. 책임자 처벌과 관련해서는 "죄인이 아니면 왜 서있냐 이자리에"라고 매섭게 쏘아붙였다.
고성은 다시 애원과 통곡으로 바뀌었다. 한 실종자 어머니는 "애들 보면 지금 그런말을 못할 것"이라며 "한번만 보고가라"고 흐느꼈다. 한 학부모는 "대통령도 아버지 잃어봐서 알잖아요"라고 말했다. 이에 천막 바깥쪽에 서 있던 실종자 가족들은 "자식 잃은 마음은 모르지 않냐"고 눈시울을 훔쳤다.
이날 오전 10시를 기준으로 아직까지 찾지 못한 실종자 수는 60명. 팽목항 가족대책본부 천막은 30여분전부터 박 대통령을 만나기 위한 실종자 가족들로 가득 찼다. 한 실종자 아버지는 "대통령 만나봤자 별다를게 있나 싶다"면서도 "질문할 거리를 생각해서 적어왔다"고 쪽지를 내보였다.
박 대통령이 팽목항을 찾은 것을 알면서도 천막을 스쳐 지나가는 가족들이 다수였다. 사고 이후 정부가 보여준 무능력한 대처에 크게 실망한 까닭이다. 더욱이 박 대통령이 참사 발생 13일만에 표명한 사과가 유가족을 만난 자리가 아닌 국무회의였다는 점에서 희생자 가족들의 상처는 더 벌어졌다.
지나가던 한 학부모는 "대통령 안봐도 된다"며 "뭐하는거야 대체 이게"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또 다른 가족도 "가서 뭐해"라고 표정을 구겼다. 그는 "이제 정부에 대한 어떠한 기대도 없다"며 "우리 애만 빨리 찾아달라"고 말했다.
천막 안에서 박 대통령과 대화하던 몇몇 실종자 가족은 30분도 채 안돼 눈물을 흘리며 먼저 나오기도 했다. 일부 실종자 아버지는 천막 밖으로 나와 한숨을 쉬며 연신 담배를 피웠다.
이날 박 대통령은 실종자 가족들과 40분가량 대화한 후 바로 옆에 위치한 시신확인소로 이동했다. 직접 시신을 봐달라는 실종자 가족들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이후 오후 1시께 구조대를 격려하기 위해 떠났다.
한편 단원고 유가족대책위는 지난달 29일 박 대통령이 비공개 국무회의에서 "국민여러분께 죄송스럽고 마음이 무겁다"고 밝힌 것과 관련, 기자회견을 통해 "대통령의 국민은 국무위원들 뿐인가"라며 "희생자와 가족들이 공감하는 사과를 실천으로 옮겨야 한다"고 반발한 바 있다.
진도(전남)=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진도(전남)=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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