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올해 초 닛산이 한국시장에 들여온 7인승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패스파인더가 노리는 타깃은 뚜렷하다.
한국닛산이 대내외적으로 내건 차량소개문에는 가족이란 문구가 가득하다. 출시 후 한동안은 고객에게 100만원치 가족여행 상품권을 주기도 했다. 국내 승용차 시장에서 SUV 차종의 인기가 올라가고 있는 게 단순히 교외를 찾거나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는 가족이 늘어난 것 때문만은 아니지만, 가족이 편안하게 여행을 다니기 위한 차로 자리매김하려는 건 분명해 보인다.
외관은 큼직하다. 국산 SUV 가운데 큰 축에 속하는 현대차의 베라크루즈와 비교하면 좌우폭이나 높낮이는 다소 작은데 길이는 16㎝ 길다. 무게는 2t이 살짝 넘는 정도. 전 세대 모델과 달리 유니바디 플랫폼을 써 중량을 줄였다고 한다.
미국시장을 주력으로 하는 만큼 전체적으로 투박하지만 뜯어보면 날렵한 구석도 있다. 앞쪽 라디에이터그릴이나 램프를 비롯해 휀더는 두툼하다. 휠은 20인치가 기본. 뒷쪽은 곡선으로 떨어지면서 리어스포일러가 있다. 공기저항계수는 0.34cd로 동급차종 가운데 꽤 좋은 수치다.
내부공간을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는 건 이 차의 큰 미덕이다. 2열 좌석을 자유롭게 배치해 다양한 용도로 차를 쓸 수 있다. 닛산은 '래치&글라이드' 기술이라고 부르는데, 통상 이 정도 크기의 SUV나 미니밴이 3열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2열 좌석을 앞으로 뉘어야 하는 일이 많은데 이 차는 앞뒤로 밀고 당겨 드나들 수 있게 했다. 카시트를 2열에 장착해도 불편하지 않다는 얘기. 물론 앞쪽으로 완전히 접는 것도 가능하다. 큰 차체에 비해 3열 좌석에 성인이 앉기는 다소 좁다.
기어노브 옆에 있는 돌림식 스위치로 4륜구동 작동을 쉽게 조작할 수 있다. 일반 도심에서는 앞쪽 바퀴만 쓰고 험로에서는 4륜을 고정해 운전하면 된다. 자동모드에 놓으면 도로환경에 따라 자동으로 구동력이 배분된다고 한다. 차체가 높은 편이지만 출렁임은 꽤 잘 잡아준다. 이는 울퉁불퉁한 산악지형 주행을 염두엔 둔듯 설정해 놨다.
닛산의 특징인 무단변속기는 이 차에도 적용됐다. 여기에다 디젤엔진은 아니지만 토크 30㎏ㆍm이 넘는 6기통 VQ엔진이 들어가 있어 반응속도도 답답한 느낌이 덜하다.
북미시장을 주력으로 하는 가솔린엔진의 SUV가 대개 그렇듯, 패스파인더 역시 이름에서 도전, 개척 등과 같은 뉘앙스를 풍긴다. 개발자들이 차에 대해 연구할 때 오프로드 주행을 적극 고려했단 것일 테다. 2012년 미국에 처음 출시된 후 1년여간 전 세계에서 11만대 정도 팔렸고 이 가운데 미국서만 9만대 이상 판매됐다고 한다. 국내에서는 월 평균 12대 남짓.
여타 SUV에서 흔히 보기 힘든 트레일러 토우 패키지도 들어갔는데 활용도가 올라갈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듯하다. 아직은 커다란 캠핑 트레일러를 끌고 다니는 모습이 익숙한 광경은 아니기 때문이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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