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크라이슬러가 올해 초 국내에 출시한 신형 그랜드보이저에는, 미니밴이라는 차종에 대해 메이커가 고심한 흔적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이러한 차급을 처음 만들어 세상에 알린 만큼 남들보다 한두발 앞서야 한다는 고민도 묻어난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나 미니밴과 같이 넉넉한 차의 인기가 올라가며 각종 신차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비즈니스'에 초점을 맞춰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워 눈길을 끈다.
신형 그랜드보이저의 외관은 크라이슬러의 세단 300C를 연상케 한다. 두툼한 첫인상을 주는 그릴부분이나 아래쪽이 살짝 굴곡진 램프도 닮았다. 길에서 흔히 보는 기아차의 그랜드카니발과 비교하면 앞뒤 길이나 좌우 폭은 좀 더 큰데 반해 높이는 살짝 낮다. 시트포지션은 다소 높은 편이라 실제 좌석에 앉으면 시선은 꽤 위쪽에 놓인다.
미니밴인 만큼 실내공간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점이야말로 이 차의 큰 미덕이다. 넉넉하다. 4인 가족이 며칠간 야외에 쏘다닐 정도의 잡다한 짐을 실어도 여유롭다. 앞서 말한 그랜드카니발이 11인승을 기본으로 하는데 이 차는 7인승이다. 빽빽하게 더 많은 사람을 태우기 보다는 적정한 인원을 한적하게 타게 하려는 의도다.
2열 좌석을 뗄 수 있고 3열 좌석은 바닥 아래쪽으로 완전히 포개 넣어도 된다. 7인승 좌석을 모두 설치해도 내부에서 다니는 데는 크게 불편하지 않다. 오랜 시간 탄다는 점을 염두에 둔듯 나파가죽을 쓴 시트의 착좌감도 편안한 편. 양쪽 슬라이딩도어는 스마트키로 여닫을 수 있다. 닫히거나 열릴 때는 비상등이 들어온다.
미국차답게 가솔린을 쓰지만 3.6ℓ, 280마력의 엔진은 답답한 느낌이 거의 없다. 시속 100㎞를 넘나들 때도 2000rpm을 넘기는 일이 거의 없다. 사람이 많이 타고 짐을 많이 실어도 힘이 부족하진 않다.
기본적인 힘이 좋고 차체도 무거운데 브레이크가 정교하지 못한 건 좀 아쉽다. 밟는 정도와 제동이 걸리는 정도에서 살짝 차이가 느껴진다. 정속주행 시 조용하고 떨림도 거의 없지만 시속 120㎞를 넘기면 앞쪽에서 스며드는 엔진소음도 다소 거슬린다.
최근 큰 차를 내놓는 메이커가 저마다 '패밀리카'를 표방하고 있지만 크라이슬러는 좀 다르다. 공공연히 내세우는 카피는 '비즈니스를 위한 고품격 VIP라운지'. 이동하면서도 업무를 보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2열 좌석에 앉으면 앞쪽에 간이테이블을 펼칠 수 있는 점이나 2ㆍ3열에 따로 설치된 9인치 모니터는 이런 점을 잘 드러낸다.
교외를 찾는 사람이 늘면서 미니밴시장도 따라 커지고 있다. 국산 메이커 가운데 판매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카니발이 조금 주춤하고 있지만 곧 출시될 후속모델 대기수요가 있는 점을 감안하면 미니밴은 SUV와 함께 판매가 늘고 있는 차종이다.
그랜드보이저가 직접 경쟁하는 다른 수입 브랜드의 비슷한 차종과 비교하면 판매량은 아쉬울 법한 수준이다. 소비자가 체감하는 차의 성능이나 기능 차이가 많지 않지만 1000만원 가까이 비싸기 때문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비슷한 차종의 판매량을 보면, 쌀수록 많이 팔렸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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